"여행 중 강도 당해 빈털터리" 말 믿고 약 1천㎞ 거리 귀가 지원

6개 경찰서 공조·트럭운전사도 도와…청년 말은 "모두 거짓말" 탄로

(애틀랜타=연합뉴스) 이종원 통신원 = 미국 6개 경찰서 경찰이 여행 중 곤경에 처했다는 한 청년에게 교통편과 용돈을 지원해가며 약 1천㎞ 떨어진 집으로 무사히 돌려보내 안도했다가 쓴웃음을 짓게 됐다.

청년이 말한 어려운 사정이라는 것이 모두 지어낸 거짓말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1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앨라배마주 몽고메리 경찰은 지난 4일 외딴 도로에서 한 백인 청년을 발견했다.

자신을 23세인 윌라누스 볼린이라고 소개한 이 청년은 고향인 인디애나주에서 플로리다주로 여행 중 강도를 당해 자동차와 돈을 모두 빼앗겼다고 말했다.

이 청년은 또 아버지가 9·11 테러로 사망했으며, 어머니는 한쪽 다리를 잃었다는 말도 했다. 다른 가족 친지들도 없어 도움을 받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소지한 돈을 모두 빼앗겨 앨라배마주에서 600마일(약 965㎞) 떨어진 고향 인디애나주로 돌아갈 방법이 없다고 호소했다.

청년을 딱하게 여긴 몽고메리 경찰은 그를 80마일(128㎞) 떨어진 베스타비아 힐스 시로 데려갔다. 인근 버밍햄 공항에서 인디애나행 항공편을 물색했으나 불가능했다.

몽고메리 경찰은 결국 타지역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먼저 베스타비아 힐스 경찰이 40마일(64㎞)을 운전해 컬맨 카운티 경찰에 인계했다. 이어 컬맨, 모건, 라임스톤 카운티 경찰이 협조해 청년을 145마일(233㎞) 떨어진 테네시주 내슈빌로 데려갔다. 청년은 이곳에서 트럭 운전사의 도움으로 마침내 인디애나주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경찰은 청년을 위해 용돈과 음식을 제공하기도 했다.

곤경에 처한 청년을 도운 경찰들의 미담은 소셜미디어(SNS)에서 화제가 됐다. 그러나 미담은 오래 가지 않았다. 청년의 주장이 모두 거짓임이 들통난 것이다.

인디애나주 지역방송 WTHR-TV에 따르면 청년은 29살의 상그리 볼린이며, 윌라누스는 동생 이름이었다. 또 아버지는 살아있으며, 어머니의 두 다리도 멀쩡했다. 가족 친지 형제들도 있었다.

볼린의 여자 형제인 브리지 스탬프스는 "볼린은 자폐증과 지적장애 증상이 있다"며 "인디애나에서 몇 가지 범죄를 저질러 가택 보호관찰 처분을 받았는데, 집을 떠난 사실이 들통날까 봐 거짓말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6개 경찰서는 거짓말에도 불구하고 청년을 입건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모건 카운티 보안관실 마이크 스와포드 대변인은 "어쨌건 청년이 빈털터리였던 것은 사실"이라며 "여러 경찰서가 연합해 어려운 지경에 처한 사람을 집으로 데려다줬다는 사실이 기쁘다"고 말했다.

higher250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