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 '한 길' 천직 바닥부터 정상까지 산전수전…남가주 한인 부동산 업계 산증인

[만나봤습니다 / 매스터즈 LA 부동산 그룹 이해봉 대표]

1989년 남가주한인부동산 협회 태동 중추 역할
9년전 회사 인수, 에이전트 63명 그룹으로 성장

대장암 진단 등 굴곡 "위기가 되레 기회가 됐다"
"장인 돕겠다" 나선 차세대 사위 덕 회사 탈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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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 -2세대 바통터치 한인 부동산 업계 전환점
"끌어주고 밀어주는'멘토십 프로그램' 정착돼야"

부동산업을 천직으로 믿고 달려온 30여 년. 돌아보니 꿈같은 세월이었다. 부동산 시장이 오락가락하면서 부침도 많았다. 최고 정상에 올라보기도 했지만 한 때 바닥을 헤매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길은 하나였다. 잘 나가던 시절 '암'이라는 절대절명의 위기도 맞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이다. 선배들을 바라보며 뒤를 따르던 시절을 지나 이젠 후배들이 그를 바라보며 땀흘리며 뛰고 있다. '혼자 성공'이 아니라 세대간 협업으로 '다함께 성공'에 도전하는 시대가 됐다. '한인 부동산업계의 전설' 매스터즈 LA부동산 그룹 이해봉 대표를 만나 세대교체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은 한인 부동산 업계의 현주소와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사진, 글 조한규 기자>

▣남가주한인부동산협회가 출범한지 30년이 넘었다고 들었다. 협회 태동의 주축 역할을 맡았다고 하던데.
-한인 부동산 비즈니스는 1970년 대 초 이민 온 한인 1세대들에 의해 주도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1980년에 미국에 와서 부동산 업계에 발을 들여 놓고 봤더니 10년쯤 선배들이 업계를 이끌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미국 부동산 업계에 대한 정보가 많이 부족하다는 인식을 하게 됐고 이것이 결국 1989년 남가주한인부동산협회가 탄생하게 된 계기가 된 것이다. 올해가 32대째다. 인간의 나이로 보면 뜻을 세울 수 있는 30세 '이립(而立)'을 이미 넘어선 것이다. 그동안 굴곡도 있었지만 남가주 부동산 업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인 브로커와 에이전트들의 구심점 단체로 자리를 지켜왔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 앞으로도 협회는 한인 부동산업계의 한 축으로서 그 역할을 다할 것으로 기대된다.

▣매스터즈 LA 부동산 그룹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1986년에 부동산업에 뛰어들었다. 한 10년쯤 활동하던 중에 LA를 중심으로 인근 도시 한인 부동산 에이전트들의 정보 네트워크 필요성을 절감하고 2005년 만들어진 회사가 매스터즈 부동산 그룹이었다. 남가주한인부동산 협회장 출신의 부동산 업계 베테랑들이 중심이 돼 출범했다. 지난 2012년 인수한후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9년째 이끌고 있다. 현재 소속 에이전트는 63명에 이르고 있다.

▣ 중간에 '암'이라는 위기가 찾아왔다. 회사는 물론 개인적으로 이겨내기 쉽지 않았을텐데.
-2015년 12월에 대장암 진단을 받았고 2017년 폐로 전이가 됐다(지금은 거의 완치됨). 이 기간이 가장 힘든 시기였다. 회사를 믿고 따르던 에이전트들이 많이 이직해 나갔다. 어쩔 수없었다. 그러나 위기가 기회가 됐다. 사위가 장인을 돕겠다고 나선 것이다. 사위인 스티븐 배는 곧바로 라이선스를 취득하고 부동산 업계에 뛰어들었다. 회사로서는 '차세대 일꾼'의 등장이었다. 사위는 현재 매스터즈 LA 부동산 그룹에서 없어서는 안되는 리더로 성장해가고 있다. 나아가, 한인 부동산업계의 재목감으로 자질을 키워갈 것으로 의심치 않는다.

▣ 한인 부동산 업계도 변화의 시대를 맞고 있다. 특히 1.5세, 2세들의 등장으로 부동산 비즈니스가 '대물림'의 기로에 놓여있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1세대 부동산 브로커나 에이전트들이 하나 둘씩 현업에서 물러나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 에이전트들에게 '은퇴'란 단어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은퇴가 아닌 차세대 대물림의 소중한 자산으로 연결시켜야 한다. 부동산업은 '평생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특히 1세대의 경험과 인맥은 그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파밍'(farming·flyer 돌리기)의 경우, 30년을 뿌렸다고 가정하자. 지금 부동산 에이전트를 그만둔다고 한다면, 그 노력과 경력, 그리고 정보까지 모두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이는 부동산 업계 뿐만 아니라 나아가서는 한인 커뮤니티 자산의 크나 큰 손실로 남게 된다.
단절은 안된다. 이어져야 한다. 컴퓨터 세대이면서 테크놀로지에 밝고 영어에 능통한 차세대 에이전트와 접목시키는 노력을 해야한다. 차세대가 앞장서고 1세대가 밀어주는 보다 다이나믹한 업계 환경이 만들어져한다.

▣ 말로는 쉬운 것 같아도 세대 차이를 극복하기 어렵다. 부동산 업계의 세대 교체에 가장 시급한 문제는 뭔가.
-부동산 라이센스를 취득했다고해서 처음부터 에이전트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아무리 영어를 잘해도 리스팅에서부터 계약, 인스펙션, 에스크로 등등. 계약서(각종 서류 등)를 꼼꼼하게 챙기지 않아서 생기는 소송에 한번 휘말리면 금전적인 손해는 물론, 최악의 경우 에이전트로서 다시 일어설 수도 없게 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멘토십' 프로그램이다. 선배들이 각종 서류들을 챙겨주고 이를 통해 후배 에이전트들이 실수하지 않고 제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길을 잡아줘야 한다. 그것이 바로 '멘토십'프로그램이다. 신·구 세대 서로의 장점들을 극대화할 수 있고 그것은 좋은 서비스로 직결된다. 결국 업계의 자산으로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우리 그룹의 경우 이같은 멘토십 프로그램으로 더욱 견고한 성장을 다졌다.
한인 부동산 1세대가 이룩한 무형의 자산이 사라지지 않도록 한국적 마인드와 미국적 마인드를 두로 겸비한 차세대 부동산 에이전트들을 키워내야 한다. 이 멘토십 프로그램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차세대 에이전트 후배들에 해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부동산업은 '기다림'의 비즈니스다. 부동산 에이전트 라이센스를 취득하고, '파밍'(farming)을 배우고, 계약서를 꼼꼼하게 작성하고, 멘토로부터 다양한 경험을 배우는 등의 인내가 필요하다. 나아가, 한인 사회에 대한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 1세대가 지켜온 가치들을 존중하고 그것이 사라지지 않도록 자부심을 갖고 이어가야 한다.

"노력한만큼 결과가 나옵니다"

이해봉 대표의 사위 스티븐 배 에이전트
UCLA 졸업 1.5세 밀레니얼 세대 5년차

 "부동산업은 노력하면 결과가 분명 있는 직업입니다."
1.5세의 밀레니얼 세대 스티븐 배(35세)씨가 에이전트로 일을 시작한후 5년간 터득한 직업 철학이다. UCLA를 졸업하고 다른 비즈니스를 하다가, 2016년 장인인 이해봉 대표가 암투병 중이던 상황에서 도움이 될까해 시작한 부동산 에이전트가 이제는 본업이 됐다.
배씨는 "부동산 비즈니스는 이중언어 구사, 컴퓨터 테크닉, SNS 활용 등 젊은 세대가 오히려 유리할 수 있는 업종"이라고 말하고 "한인 부동산 업계는 현재 젊은 에이전트들이 많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물론 다른 업종과 마찬가지로 성공하기까지는 힘든 과정이 있지만, 의지를 갖고 뛰어든다면 확실한 비전이 보인다"며 차세대 젊은이들의 적극적인 도전을 권유했다.

매스터즈 LA부동산 그룹의 이해봉 대표가 사위 스티브 배(왼쪽) 에이전트와 함께 회사 로고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