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같은 스매싱으로 복식 경기 승리를 이끈 뒤 상대 에이스와 맞대결에서도 투혼을 발휘했다. 그러나 준결승 진출까지 2%가 모자랐다. ‘17세 탁구 신동’ 신유빈(대한항공·세계랭킹 85위)이 아쉽게 첫 올림픽 무대에서 메달 사냥엔 실패, 3년 뒤 파리 대회에서 재도전하게 됐다.

여자 대표팀의 ‘막내’ 신유빈은 2일 일본 도쿄체육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전 8강전에서 2016년 리우 대회 은메달을 따낸 독일에 2-3으로 패한 뒤 공동취재구역을 빠져나오며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 그는 취재진과 만나 “부족한 것을 많이 느꼈다. 내가 단식에서 이겨서 (단체전을) 끝냈어야 했는데 못 이겨서 언니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대표라는 책임감이 있었는데 성적으로 보답하지 못해 국민들께 죄송하다”고 울먹였다.

신유빈은 지난달 27일 개인 단식 32강전에서 져 올림픽에서의 첫 패배를 맛봤다. 하지만 특유의 미소를 되찾은 뒤 전날 단체전 폴란드와 16강전에 출격, 최효주와 나선 제1복식과 제3단식에서 연달아 승리하며 8강행에 앞장 섰다. 추교성 감독은 2016년 리우 대회 은메달을 따낸 독일을 맞아 첫 복식 경기에서 신유빈과 전지희를 투입했다. 복식 경기를 반드시 이기고 제2~3단식에서 최소 1승을 따낸 뒤 신유빈이 나서는 제4단식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었다.

초반 전략은 맞아 떨어졌다. 신유빈은 왼손 전지희와 첫 복식 경기에서 ‘10대 에이스’다운 경기력을 뽐냈다. 독일의 펜홀더 샨사오나(33위)-왼손 페트리사 솔자(16위)와 격돌했는데 두 게임을 뒤진 4세트에 그는 재빠른 리시브와 강한 스매싱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결국 오름세로 이어졌고 5세트에 신유빈, 전지희가 독일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면서 3-2(9-11 11-8 6-11 11-6 11-3) 승리를 따냈다.

한국은 제2단식을 내주고, 전지희가 나선 제3단식을 따내며 매치 포인트 2-1 우위를 점했다. 그리고 신유빈의 운명의 제4단식 경기에서 상대 백전노장 수비형 플레이어 한잉(22위)을 상대했다. 초반 한잉의 묵직한 깎기 기술에 고전한 신유빈은 나이답지 않게 금세 그의 구질에 적응하며 매섭게 몰아붙였다. 특히 2세트 3-4로 뒤졌을 때 한잉의 짧은 서브를 받다가 테이블에 팔꿈치가 긁혀 피가 났다. 그럼에도 당황해하지 않고 응급처치를 받은 뒤 경기를 재개했고, 상대 중심을 무너뜨리는 예리한 스매싱으로 듀스 승부 끝에 웃었다.

하지만 한잉은 노련했다. 3세트부터 신유빈의 공격 템포를 꺾는 깎기 기술과 노련한 경기 운영을 펼쳤다. 결국 신유빈은 끝까지 사력을 다했으나 한잉의 벽을 넘지 못하면서 1-3(6-11 12-10 6-11 9-11)으로 졌다.

신유빈은 “(팔꿈치) 상처는 신경쓰지 않았다. (제3단식에서) 지희 언니가 잡아줬는데 그저 마무리하지 못한 게 미안했다”고 했다. 그는 “부모님께서 응원해주시고 도와주셨는데 부족했다. 한국에서 이 경험을 벗삼아 더 좋은 경기하도록 훈련에 매진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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