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 환기 막아 상황 악화할 수도"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교실, 식당 등 곳곳에서 감염을 막기 위한 투명한 플라스틱 가림막이 많이 설치됐지만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9일 전문가들을 인용해 투명한 가림막이 과학적으로 공기 흐름을 차단함으로써 코로나19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잘못된 인식을 심어줘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게, 교실, 사무실 등 좁은 공간에서는 보통 사람들이 호흡할 때 나오는 입자들이 기류로 운반되고 환기 시스템에 따라 15∼30분마다 신선한 공기로 대체된다.

그러나 플라스틱 가로막들이 정상적인 환기를 방해하고 바이러스 입자를 농축함으로써 감염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가림막은 특정한 상황에서 기침 등으로 인한 침방울을 막을 수 있지만 바이러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에어로졸(대기 중의 고체 또는 액체 상태의 입자) 상태로 확산할 수 있다.

미국 버지니아공대의 린지 마 교수는 "교실에 가림막 숲들이 있다면 적절한 환기를 방해할 것"이라며 "모든 사람의 에어로졸들이 갇혔다가 쌓이면서 결국 당신의 책상 너머로 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과학자들이 이끄는 연구팀은 올해 6월 발표한 연구에서 교실내 책상의 가림막들이 코로나19 감염 위험의 증가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매사추세츠주의 한 교육구에서 가림막이 공기 흐름을 방해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조지아주 학교들에서는 책상 가림막들이 환기나 마스크 착용과 비교해 코로나19 확산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투명한 가림막보다 문 열기 등을 통한 환기가 더 중요하다는 주장에 무게를 싣는 연구다.

영국 연구자들은 다양한 환기 조건에서 사람이 말하거나 기침할 때 가림막의 효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가림막은 기침할 때 나오는 입자를 막는 데 효과적이지만 말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입자를 가두지 못했다.

영국 리즈대학의 건축환경공학과 교수 캐서린 녹스는 "실내에서 작은 에어로졸들이 가림막 위로 움직이면서 5분 이내 섞였다"며 "이것은 사람들이 몇 분 동안 소통하면 가림막과 상관없이 바이러스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대부분의 연구자는 가림막이 특정한 상황에서 방역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고 NYT가 전했다.

버스 기사가 많은 승객으로부터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것을 예방하거나 은행원 등이 고객을 상대할 때 가림막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