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학, 녹취파일 검찰 제공…"수익배분 갈등서 비롯"

'배후 실력자' 존재설도…향후 검찰 수사서 밝혀질 듯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대장동 개발사업 로비·특혜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수천억원의 배당금을 챙긴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와 자회사격인 천화동인 내부의 복잡한 인맥과 갈등 구조도 조금씩 베일을 벗고 있다.

특히 검찰이 강제수사의 물꼬를 튼 녹취파일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한배를 탔던 내부 인사들 간 알력에서 비롯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녹취파일에는 아파트 분양 수익분배를 논의한 내용과 성남도시개발공사에 10억원대의 자금을 전달하는 등 로비 정황이 담겨 의혹을 푸는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대장동 5인방' 유동규·김만배·남욱·정영학·조현성

'대장동 의혹'의 주요 인물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행(기획본부장)과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 천화동인 4∼6호 소유자인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조현성 변호사다.

유 전 본부장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대장동 개발사업을 추진할 당시 사장 직무대행이었다. 민관 합동개발 방식으로 이뤄진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누구를 파트너로 선정하고 어떻게 사업을 진행할지 결정할 수 있는 위치였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민간사업자 공모 마감 하루 만에 화천대유가 포함된 하나은행 컨소시엄을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했는데, 이 과정에서 화천대유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받는다.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 조 변호사는 이번 사건의 설계자이자 실행자로 꼽힌다.

이들은 2009년부터 대장동 개발사업에 관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남 변호사는 대장동 개발사업을 공영개발에서 민영개발로 전환하기 위해 정치권에 로비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들은 성남시가 2014년 민관 합동개발로 사업을 전환하자 김씨와 손잡고 화천대유를 설립해 민간 사업자로 공모에 참여했다. 이들은 문제가 된 특수목적법인(SPC) '성남의뜰'의 수익배분 구조를 설계하는 데도 개입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이들은 천화동인 4∼6호 대주주로 참여해 각각 8천여만원, 5천여만원, 2천여만원을 투자한 뒤 투자금의 1천배가 넘는 배당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화천대유의 대주주이자 천화동인 1∼3호의 실소유자로 알려진 김씨는 머니투데이 법조팀장 출신으로 남 변호사와 가까운 사이였지만 부동산 개발 전문가는 아니어서 다소 의외의 인물로 평가받는다.

다만 오랜 법조 기자 경력을 통해 알고 지내던 전직 대법관이나 고위급 검사들을 고문으로 위촉하는 등 화천대유의 호화 법률고문단을 구성해 사업이 잡음 없이 진행되도록 하는 역할을 맡은 것으로 추정된다.

◇ 녹취파일 제출한 정영학…수익배분 갈등 있었나

이들은 대장동 개발사업으로 큰 돈을 벌었지만 검찰 수사 대상에 올라있다. 이 중 천화동인 5호 소유자로 600억원대 배당금을 챙긴 것으로 알려진 정 회계사가 가장 먼저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문제의 녹취파일들을 제출했다.

정 회계사의 녹취파일 제출을 둘러싸고 법조계에서는 내부 인물들 사이에 수익 배분을 둘러싼 갈등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대장동 개발사업이 궤도에 오르고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남겼으나, 2009년부터 사업에 관여해온 남 변호사나 정 회계사 등의 입장에서 중간에 들어온 김씨가 많은 이익을 차지한 것에 불만을 품었을 수도 있다.

개발이익 규모가 예상 수준을 크게 뛰어넘으면서 정 회계사가 불안감을 느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대장동 개발사업은 우선주를 보유한 성남도시개발공사와 금융기관은 수익에 따른 배당액 한도가 정해져 있지만, 민간 개발사인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은 땅값 상승에 따른 나머지 수익을 무제한 가져갈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여기에 정 회계사도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막대한 배당금이 쏟아지자 향후 수사를 받게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자신의 책임을 줄이기 위한 방책으로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 김씨의 대화를 녹음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대장동 의혹 사건 전면에 등장한 인물들 외 실제 자금을 대고 대장동 개발사업의 수익을 상당 부분 챙겨간 배후 실력자가가 따로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대장동 개발사업 로비·특혜 의혹이 불거지고 정치 쟁점화하면서 정 회계사가 자신의 책임을 덜기 위해서라도 자백 등을 통해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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