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배분·로비자금 분배·회계 책임 놓고 다툼…내부 폭로로 이어져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대장동 개발사업 로비·특혜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계속되면서 이번 사건에서 발생한 수천억원의 수익금을 둘러싼 갈등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대장동 개발은 민간 사업자가 무제한 수익을 가져갈 수 있도록 설계되면서 사업 참가자들은 투자금의 1천배가 넘는 수천억원의 이익을 얻게 됐다.

하지만 이 돈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빚어지면서 이번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준 결정적 증거인 녹취 파일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 대장동 사업으로 벌어들인 돈 4천40억원+α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성남도시개발공사와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 등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성남의 뜰'은 지난 3년간 전체 주주에게 5천903억원을 배당했다. 이 중 4천40억원이 화천대유와 관계회사인 천화동인 1∼7호의 몫으로 돌아갔다.

구체적으로 언론인 출신의 김만배씨 명의의 화천대유가 577억원을 배당받았고, 화천대유가 100% 소유한 천화동인 1호가 1천208억원을 가져갔다. 김씨의 부인 명의의 천화동인 2호와 김씨의 누나 명의의 천화동인 3호가 각각 101억원, 김씨의 언론사 후배 명의의 천화동인 7호가 121억원을 배당받았다.

또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남욱 변호사 명의의 천화동인 4호가 1천7억원, 검찰에 녹취 파일을 제공한 정영학 회계사 명의의 천화동인 5호가 644억원, 이번 사업에서 투자자문사 킨앤파트너스로부터 사업 자금을 끌어온 것으로 알려진 조현성 변호사 명의의 천화동인 6호가 282억원을 배당받았다.

여기에 화천대유는 대장동 부지 15개 중 5개 블록을 수의계약 형식으로 배정받아 직접 분양사업을 하게 됐고, 지난해까지 2천350억원의 분양 수입을 올렸다. 앞으로도 추가 분양 사업이 남아있어 화천대유의 수익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유동규 700억원 약정'·'정관계 로비자금 350억원' 의혹 쏟아져

이렇게 막대한 배당금은 어디에 어떻게 쓰였을지가 이번 사건의 핵심이다. 검찰은 자금 흐름을 보면서 이 돈이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정관계 인사들에게 흘러 들어갔는지 추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 유 전 본부장과 김씨, 남 변호사, 정 회계사 등 이번 사건 관계자들의 대화가 담긴 녹취 파일에는 유 전 본부장이 김씨의 수익 700억원을 가져가는 것으로 약정됐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김 씨 소유인 천화동인 1∼3호가 배당받은 돈이 총 1천410억원인데, 이 중 절반이 유 전 본부장 몫이라는 것이다.

검찰은 2015년 3월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선정 당시 유 전 본부장이 화천대유 측에 특혜를 주고 개발이익 25%를 받기로 처음 약속한 뒤 지난해 10월 구체적인 금액을 최종 협의했으며, 유 전 본부장이 이미 5억원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유 전 본부장 측은 "김 씨와 대화하며 농담처럼 이야기한 것이지 실제로 약속한 적도 없고 받은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정관계 로비를 위한 자금 350억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다툼이 벌어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여야 정치인과 법조인, 성남시의회, 성남도시개발공사 등에 제공할 로비자금을 갹출하는 과정에서 누가 얼마나 부담할지를 놓고 언쟁을 벌이는 내용이 녹취 파일에 담겼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씨 측은 "개발 이익이 예상보다 증가하게 되자 투자자들 간에 이익 배분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예상 비용을 부풀려 주장하다 과장된 사실들이 녹취된 것에 불과하다"며 "350억원 로비설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 화천대유 배당금 '곽상도 아들 50억 퇴직금'·'초호화 고문단'에 쓰였나?

화천대유가 받은 배당금 577억원의 쓰임도 관심이다. 우선 화천대유가 벌어들인 돈 중 50억원은 최근 사퇴 의사를 밝힌 곽상도 의원 아들 곽병채씨의 퇴직금으로 사용됐다.

여당은 대장동 사업지에서 문화재가 발견됐을 때 사업이 지연되지 않도록 곽 의원이 문화재청에 외압을 행사했고, 그 대가로 곽씨의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이 지급된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화천대유의 초호화 법률 고문단 운영비로도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권순일 전 대법관과 박영수 전 특별검사, 김수남 전 검찰총장, 원유철 전 미래한국당 대표,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를 맡았던 이경재 변호사, 김기동 전 검사장, 이창재 전 법무부 차관, 이동열 전 검사장 등이 화천대유 법률 고문 등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 전 특검의 경우 본인은 화천대유 고문 변호사로 일했고, 그의 딸도 최근까지 화천대유에서 근무했다.

김씨가 자금을 인출한 정황도 있다. 화천대유의 100% 지분을 보유한 김씨는 화천대유에서 배당을 받기보다는 화천대유에서 장기대여금 명목으로 473억원을 빌려 갔다.

이렇게 현금화한 473억원 중 100억원은 박 전 특검과 인척 관계인 대장동 분양대행업체 대표 이 모 씨에게 건넸다. 검찰은 이 돈의 실제 성격과 함께 김씨가 찾아간 나머지 373억원의 사용처도 쫓고 있다.

화천대유에는 회계 처리가 불가능한 약 80억원의 자금 지출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돈을 놓고 검찰 조사를 우려해 누군가 한 명이 총대를 메고 책임을 지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이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다툼이 생겼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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