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NA 백신 1차만 맞아도 기억 B세포 '폭발적 증가'

강한 코로나 식별 능력도 기대…저널 '셀 리포트'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백신을 접종하면 면역력이 생기는 건 면역 기억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면역 기억은 우리 몸의 면역계가 과거에 침입했던 병원체의 항원결정기(epitope)를 기억하는 것이다.

면역 기억에 관여하는 건 주로 기억 B세포와 기억 T세포인데 항체가 작용하는 혈액 면역은 B세포의 영역이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에 감염됐다가 회복한 사람 중에는 면역력이 아예 생기지 않거나 생겨도 너무 약한 경우가 적지 않다.

오스트리아 빈 의대 연구팀은 지난 8월 저널 '알레르기' 논문을 통해, 이런 사람들이 스파이크 단백질의 RBD(수용체 결합 도메인)에 반응하는 항체를 생성하지 못한다고 보고했다.

신종 코로나가 숙주 세포에 들어가려면 제대로 접힌 스파이크 단백질이 꼭 필요하다.

스파이크 단백질의 RBD 영역에 중화항체가 먼저 결합하면 스파이크 단백질이 숙주세포의 ACE2 수용체와 결합하지 못해 감염이 차단된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감염자의 약 20%는 다 나아도 이런 항체를 생성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 신종 코로나 감염자는 면역력 생성과 관련된 이득을 전혀 보지 못하는 걸까.

미국 미네소타 의대 과학자들이 다 그렇지는 않다는 걸 시사하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신종 코로나에 감염됐다가 회복한 사람은, 기억 B세포가 많이 생겨 mRNA 백신을 1차만 접종해도 비감염자의 2차 접종에 버금가는 면역 반응이 나타난다는 게 요지다.

마크 젠킨스 미생물학 면역학 석좌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최근 저널 '셀 리포트(Cell Reports)'에 논문으로 실렸다.

5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에 감염됐다가 회복한 사람은 백신을 맞기 전에 이미 스파이크 특정(spike-specific) 기억 B세포(Memory B cells)가 많이 생겨 있는 거로 확인됐다.

그래서 mRNA 백신을 1차만 접종해도 같은 유형의 기억 B세포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스파이크 특정 기억 B세포는 신종 코로나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잘 식별하는 B세포를 말한다.

이 단계에서 감염 회복자에서 생긴 스파이크 특정 기억 B세포는, 비감염 1차 접종자의 기억 B세포보다 스파이크 단백질과 결합하는 성질이 더 강했다.

이런 기억 B세포가 관여해 만들어진 항체는 동일한 식별 능력을 갖추게 된다고 한다.

논문의 수석저자를 맡은 젠킨스 교수는 "어떤 병원체가 재감염할 경우 신속히 항체가 생성되는 건 기억 B세포 덕분"이라면서 "이는 항체 수위가 떨어졌을 때 면역력을 다시 끌어올리는 데 매우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종 코로나에 감염됐던 사람은 백신을 접종할 때 분명히 이점이 있고, 돌파 감염도 덜 생길 거로 예상된다"라면서 "기억 B세포가 얼마나 많아야 감염을 차단할 수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3차 접종이 가장 필요하지 않은 그룹을 꼽으라면 감염됐다가 회복해서 2차 접종까지 마친 사람들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che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