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부터 토지 매입하며 눈독…위례에서 연습한 뒤 대장동 공략

공모지침서·주주협약으로 '초과이익 환수' 무력화해 배당금 잔치

(성남=연합뉴스) 최찬흥 기자 = 성남시 대장동 공영개발에 참여한 민간사업자들이 4천40억원의 배당금을 챙기고 4천500억원의 분양 매출수익을 올리며 '돈 잔치'를 벌였다.

민관합작으로 진행된 이 사업이 5천503억원의 개발 이익금을 시민 몫으로 환수했다는 평가 이면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를 함께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민간의 폭리를 가능케 한 '대장동 설계자들'의 면면이 확인되면서 10여년에 걸쳐 얽히고설킨 개발사업 복마전의 전모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 2009년 민간개발 불발…2013년 위례개발로 재시동

판교와 맞붙은 입지 조건으로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눈독을 들여왔던 대장동 개발사업은 12년 전인 2009년부터 추진되며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해 6월 부동산개발회사 씨세븐은 토지주들과 도시개발 시행업무 대행계약을 맺었는데 LH가 같은 해 7월 공영개발을 추진하면서 1년간 주도권 다툼을 벌였다.

대장동 개발 특혜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남욱(천화동인 4호 소유주) 변호사, 정영학(천화동인 5호 소유주) 회계사, 정재창(위례자산관리 대주주) 법무사 등도 이때 씨세븐에 합류한다. 남 변호사는 나중에 씨세븐의 대표이사로도 활동했다. 씨세븐은 대장동 땅의 3분의 1가량을 매입하기로 계약하는 등 지주 작업을 상당 부분 진행하기도 했다.

대장동 공영개발 사업의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의 소유주 김만배씨도 이때 70억∼8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러 이유로 LH는 2010년 6월 사업에서 철수했고, 같은 해 7월 취임한 이재명 성남시장은 자체적으로 공영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2013년 9월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설립했으며, 그해 11월 '대장동 시범판·축소판'으로 불리는 위례신도시 공동주택 신축사업에 착수한다.

위례신도시 A2-8블록 6만4천713㎡에 1천137가구를 공급한 사업으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주도한 특수목적법인(SPC) '푸른위례프로젝트'가 시행, 2016년 마무리했다.

대장동 공영개발 사업의 '화천대유'처럼 '위례자산관리'가 사업과 관련한 자산관리업무를 맡았다.

과거 대장동 민간개발 세력의 일원이었던 정재창 법무사가 위례자산관리의 대주주다.

그는 위례 공영개발과 관련해 유동규(구속)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3억원의 뇌물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대장동 공영개발의 천화동인 1∼7호처럼 투자사 위례투자일호, 위례투자이호, 위례파트너삼호 등도 위례 공영개발에 참여한다.

위례자산관리와 투자사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남욱 변호사의 아내와 정영학 회계사의 가족이 이사로 등재돼 있다.

위례 공영개발의 전체 이익 배당금 301억5천만원 중 성남도시개발공사에 배당된 150억7천5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150억7천500만원의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위례자산관리와 투자사들이 배당받았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2008년 분당지역 한 아파트 단지의 리모델링추진위원회 조합장을 맡으며 이 지사와 인연을 맺은 유 전 본부장은 성남시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을 지내다 2014년 1월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 옮기며 위계 개발에 관여했다.

◇ 대장동, 2015년 공영개발 공모…출자금 대비 1천154배 배당

위례 공영개발을 마친 성남도시개발공사는 92만467㎡ 부지에 5천903가구를 공급하는 대장동 공영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2015년 2∼3월 공모를 통해 하나은행컨소시엄이 민간사업자로 선정됐다.

하나은행컨소시엄에는 화천대유가 자산관리회사로 들어왔고, 천화동인 1∼7호는 투자자로서 SK증권에 특정금전신탁을 하는 방식으로 참여했다.

천화동인 1∼7호는 화천대유 김만배씨의 가족과 언론사 후배,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이 소유주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하나은행컨소시엄과 함께 2015년 7월 대장동 공영개발을 위한 특수목적법인 '성남의뜰'을 설립한다.

성남의뜰은 자본금 50억원으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50%+1주의 지분을 갖고 있고, 나머지 지분율을 화천대유 1%, SK증권(천화동인 1∼7호) 6%, 5개 금융사 43% 등이다.

주주협약에 따라 2019∼2021년 이익 배당이 이뤄졌는데, 우선주 주주인 성남도시개발공사와 금융사는 각각 1천830억원(당초 1천822억원에서 토지감정가액 변동으로 8억원 증가), 32억원을 받았다.

지분율 1%와 6%에 불과했지만, 보통주였던 화천대유와 SK증권은 577억원과 3천463억원 등 4천40억원의 배당금을 챙겼다. 출자금 대비 1천154배의 배당금이다.

화천대유는 배당금 외에 대장지구에 아파트를 직접 시행해 4천500억원의 분양 매출이익을 추가로 가져갈 것으로 추산된다.

◇ '초과 이익 환수' 없앤 공모지침서·주주협약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이 폭리를 취할 수 있었던 것은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없앤 사업협약과 주주협약 때문인데, 성남도시개발공사는 민간사업자 공모지침서부터 이 같은 협약 내용을 못 박았다.

공모지침서 작성 등 대장동 개발사업의 전체 구상은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에서 이뤄졌다. 전략사업실은 유 전 본부장의 직속 부서였다.

전략사업실의 핵심 인력인 실장과 팀장이 김모 회계사와 정민용 변호사다.

이들은 2014년 11월 전문계약직으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함께 입사했다. 민간사업자 선정(2015년 2∼3월)이 이뤄지기 4개월 전이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인 정영학 회계사, 남욱 변호사와 특수 관계다. 김 회계사는 정 회계사와 같은 회계사무소에 근무했고, 정 변호사는 남 변호사의 대학 과 후배다.

이에 따라 이들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의도적으로 입사해 조력자 역할을 한 '별동대'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여러 차례의 주주협약 변경에도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7호의 과도한 배당률은 그대로였다.

성남의뜰 이사 3명 가운데 성남도시개발공사 몫은 1명이었고, 나머지는 화천대유와 금융기관에서 추천했다.

이로 인해 과반수 찬성으로 이뤄지는 이사회 결의에 성남도시개발공사 측이 주도적인 역할을 못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부동산개발 시행업체 관계자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공영 개발사업을 추진하며 통상적인 부동산개발에서 있을 수 없는 사업 구조와 이익 배당을 설계했는데 이 부분이 이번 특혜·로비 사건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c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