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출근 대란…엘리베이터 갇힘·수도관 파열 이어져

신칸센 일시 중단 후 재개…"1주일간 강한 지진 재발 가능성에 주의"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 수도권에 발생한 10년여만의 강한 지진으로 부상자가 속출하고 일부 시설물이 손상되는 등 피해가 있었다.

8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총무성 소방청은 전날 밤 지진으로 인한 피해자가 32명인 것으로 중간 집계했다. 이 가운데 중상자는 3명이다.

흔들림이 상대적으로 컸던 도쿄도(東京都), 사이타마(埼玉)현, 지바(千葉)현, 가나가와(神奈川)현 등에서 넘어지거나 시설물이 충격을 받은 것 때문에 생긴 부상이 많았다.

도쿄 아다치(足立)구에서는 열차 '닛포리토리네(日暮里舍人)라이너'가 지진 발생 후 긴급 정차했을 때 바퀴 일부가 레일에서 벗어나면서 전동차 내 승객들이 넘어졌고 3명이 다쳤다.

사이타마현 후지미(富士見)시에서는 60대 여성이 골절상을 당했다.

도쿄 메구로(目黑)구에서는 수도관이 파열돼 맨홀에서 물이 쏟아졌으며, 다이토(台東)구나 오타(大田)구에서는 건물 외벽이나 블록 벽이 훼손되거나 전주가 기울어지는 등의 피해가 확인됐다.

엘리베이터가 정지되면서 안에 갇혔다는 신고도 이어졌다.

철도회사 JR에 따르면 도카이도신칸센(東海道新幹線), 도호쿠(東北) 신칸센 등 고속철도가 지진 직후 운행을 중단했다가 순차적으로 재개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JR 야마노테센(山手線) 등 재래식 철도나 지하철 등이 운행을 중단해 귀가하던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주요 철도의 열차 운행이 예정된 시간표대로 이뤄지지 않아 8일 직장인들이 제 시간에 출근하지 못하는 등 교통망 지연 현상이 지진 발생 다음날까지 이어졌다.

NHK가 상공에서 촬영한 영상을 보면 사이타마현 가와구치(川口)시 소재 JR가와구치역 앞에는 8일 오전 열차를 타기 위한 줄이 역 바깥까지 길게 이어졌다.

사이타마(埼玉)현의 한 원유 처리 시설에서는 불이 나기도 했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지진은 7일 오후 10시 41분께 지바현 북서부에서 발생했으며 규모 5.9로 추정됐다.

이 지진으로 인해 도쿄 일부 지역에서 '진도 5강(强)'의 흔들림이 관측됐다.

진도 5강은 지지물을 붙잡지 않으면 걷기 힘든 수준이다.선반의 접시나 책이 바닥에 많이 떨어지며 고정되지 않은 가구가 넘어지는 일이 있는 수준이다. 보강 조치를 하지 않은 블록 벽이 붕괴하기도 한다.

지진의 영향으로 특정 장소에서 감지되는 흔들림의 상대적 세기를 나타내는 척도인 진도(震度)가 도쿄 23개 특별구(區) 내에서 5강 이상을 기록한 것은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대지진 이후 약 10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일본 정부는 지진 발생 직후 총리관저 위기관리센터에 대책실을 설치했으며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관저로 들어가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구명·구조 활동에 최선을 다하라고 각 기관에 지시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기상청은 앞으로 1주일 정도는 최대 진도 5강 정도의 흔들림을 동반하는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니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지진 발생 직후에는 규모가 6.1로 약간 높게 추정됐고 흔들림도 강한 편이라서 NHK와 민영방송이 일제히 특보를 내보냈으나 8일 날이 밝은 후에는 피해가 크지 않아서 정규 방송으로 전환했다.

각종 시설물의 내진·면진 설계 등을 꾸준히 확대한 결과 지진의 세기에 비해 피해가 작았던 것으로 보인다.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