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를 묻다
                                                           김준철

이 땅에 내려앉는
모든 이슬에게 
안부를 전한다

너는 하루의 시작이 아닌
하루의 끝부터
울고 있었던 것이다

안부를 물으려다
입을 다문다
그것만으로도
아프게 할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다

그렇게
괜시리
이슬을 어루만진다 

우린 참 많은 걱정을 하며 살아간다. 요즘은 더욱 그렇다. 끈질게 떨어져나가지 않고 들러붙어 버린 이름조차 입에 올리기 싫은 그것! 때문이다. 불안과 걱정은 듣는 순간부터 스트레스다. 하지만 왠지 안부나 염려는 부드럽고 따스하게 전달된다.

물론 그런 묻고 답하는 과정 자체는 사랑하는 대상에게는 그 크기만큼 더욱 조심스럽고 예민한 문제가 된다. 어떤 이들은 괜찮냐는 안부 물음만으도 울음이 터진다. 위로의 과정은 그렇게 엄청난 미사어구나 신경정신과적 치료마냥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라 어쩌면 일상의 한마디가 온기를 가지고 전달되어 닿았을 때 조건반사처럼 우르르 단단하게 닫힌 문을 열고 견고하게 올려진 벽이 허물어지는 것 같다.

직접적 대상에 대한 것이 아니더라도 좋다. 지금 보여지는 그 어떤 사물에게든 안부를 전해보자. 눈부신 햇살이나 건물 틈의 잡초, 지금 눈이 마주친 누군가, 막 당신에게 전화가 온 상대방, 설거지하고 있는 아내의 뒷모습에, 부쩍 늙어보이는 부모님의 손을 잡으며 어느새 키가 훌쩍 커지고 말수가 줄어든 자녀들에게 온기가 담긴 손을 뻗어 조심스레 쓰다듬으며......어쩌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정말 충분할 수 있다. 우리에게 많은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