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26)과 임성재(23)가 한국 팬들의 새벽잠을 설치게 했다.
고진영과 임성재가 11일(한국시간) 동시에 우승하며 한국 골프 사상 최초로 같은 날 PGA와 LPGA를 석권하는 신기원을 달성했다.
고진영은 11일(한국시간) 끝난 미국 뉴저지주 웨스트 콜드웰의 마운틴 리지 컨트리클럽(파71ㄱ6612야드)에서 열린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총상금 300만 달러)에서 최종합계 18언더파 266타로 우승을 차지했고, 임성재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TPC 서머린(파71ㄱ7255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총상금 700만 달러)에서 최종합계 24언더파 260타로 우승을 차지하며 같은 날 우승이라는 달콤함을 한국 팬들에게 선사했다. 
고진영의 우승은 25승의 박세리, 21승의 박인비, 12승의 김세영, 11승의 신지애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다섯 번째로 일궈낸 LPGA 통산 10승이어서 의미가 더했다. 아울러 고진영은 박세리(국내 14승), 신지애(국내 21승)와 함께 한국(KLPGA), 미국 투어에서 모두 두 자릿수 승수를 올린 선수가 됐다. 고진영은 KLPGA 투어에서도 10승을 기록했다.
고진영은 2017년 10월 국내에서 열린 LPGA 투어 대회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후 미국에 진출했다. 이후 2018년에 1승을 시작으로 2019년 4승, 2020년 1승을 거뒀다. 올해는 이번 대회까지 포함해 3승을 거두며 변함없는 실력을 발휘했다. 특히 고진영은 2019년엔 ANA 인스피레이션, 에비앙 챔피언십 등 두 차례 메이저대회도 제패하며 세계적인 골퍼의 반열에 올랐다.
고진영은 대회 2연패도 달성해 기쁨을 배가시켰다. 2019년 파운더스컵에서 우승한 고진영은 2020년 대회는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 팬데믹으로 대회가 취소돼 참가하지 못했으나 한 해 건너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타이틀을 방어하는 데 성공했다. 3라운드까지 13언더파 200타로 단독 선두를 달린 고진영은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하나를 묶어 5타를 줄여 큰 위기 없이 정상에 올랐다. 1라운드에서 8언더파로 단독 선두로 나선 뒤 이후에도 줄곧 리더보드 맨 위를 지키며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전 라운드 1위 우승)의 쾌거를 이뤄냈다.
고진영은 "이번 우승은 LPGA 통산 10승이라 무척 특별하다. 2년을 기다려 이 대회 2연패를 달성한 것도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고진영은 오는 21일 부산에서 열리는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 출전해 팬들과 만날 예정이다.
한국 남자 골프의 희망 임성재도 괴력을 발휘하며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020년 3월 혼다 클래식 이후 19개월 만의 우승이어서 감격이 더 했다. 임성재는 최종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9개를 몰아치며 9언더파 62타를 기록하는 '신기'를 발휘했다.
PGA 투어 100번째 출전한 대회에서 통산 2승을 달성한 임성재의 이번 대회 우승 상금은 126만 달러(약 15억원)다. 이번 우승은 한국으로서는 의미가 깊다. 최경주가 2002년 5월 컴팩 클래식에서 처음으로 PGA 투어에서 우승했고 이후 2011년 5월에 최경주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10승째를 쌓았다. 그리고 이번에 임성재가 우승하면서 20승째를 거둬 개인적인 우승과 함께 골프 강국의 실력을 세계에 알렸다.
2라운드까지 14언더파로 1위를 기록했던 임성재는 3라운드에서 보기를 4개나 범하며 1위 자리를 애덤 솅크(미국)에게 내줬다. 공동 6위로 4라운드를 시작한 임성재는 1, 4, 6번 홀에서 버디로 기록하며 선두를 따라잡고 매슈 울프(미국)와 공동 1위에 올랐다.
압도적인 장면은 9번 홀부터 이어진 연속 5개의 버디였다. 울프는 임성재를 쫓기 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10번 홀에서 보기를 범하며 4타차로 벌어져 추격권에서 멀어졌다. 2020~2021시즌 498개의 버디를 잡아 PGA 투어 한 시즌 최다 버디 기록을 세운 '버디왕' 임성재는 이번 대회에서도 버디 26개를 쓸어 담아 두 시즌 연속 버디왕 등극에 한걸음 다가섰다.
한국 선수가 같은 날에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주말에 경기를 벌여 동반 우승을 한 적은 있지만 악천후로 연기되거나 한국과 현지와의 시간 차이 때문에 동시에 우승한 적은 없었다. 2009년 3월 양용은과 신지애가 같은 주말에 정상에 올랐지만 신지애가 싱가포르에서 대회를 치른 탓에 한국 날짜로는 하루 먼저였다.  

이주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