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형 MF.최전방 등 폭넓게 움직이며
흥민, 월드컵 亞 최종 예선 2경기 연속골
벤투호, '아자디 무승 징크스'는 못 깨

'지옥의 아자디'까지 저격했다. 
축구국가대표 '벤투호의 캡틴' 손흥민(29.토트넘)이 강호 이란 원정에서도 득점을 해내면서 A매치 2경기 연속골을 기록했다. 손흥민은 13일 오전(한국시간) 이란 테헤란에 있는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끝난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A조 4차전 이란과 원정 경기에서 후반 3분 오른발 선제골을 터뜨렸다. 팀은 비록 후반 31분 알리레자 자한바크시에게 동점골을 허용해 1-1 무승부를 기록, 47년 묵은 아자디 무승 징크스를 깨지 못했으나 손흥민의 골로 귀중한 승점 1을 챙겼다. 
손흥민은 벤투호 합류 직전 소속팀 경기를 포함해 공식전 5경기 연속 공격포인트(3골2도움)를 기록하면서 절정의 경기 감각을 뽐냈다. 그는 이날 '0의 균형'이 이어진 후반 3분 이란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며 제대로 허를 찔렀다. 이재성의 침투 패스를 받은 그는 상대 수비 뒷공간으로 빠져 들어갔다. 이어 알리레자 베이란반드 골키퍼가 손 쓸 수 없는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차 넣었다. 지난 7일 시리아와 3차전 홈경기(2-1 승)에서도 결승골로 웃은 손흥민은 '벤투호' 출범 이후 처음으로 A매치 2경기 연속골을 터뜨렸다. 그가 A매치에서 연달아 골 맛을 본 건 지난 2018년 6월 러시아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2~3차전 멕시코, 독일전 이후 3년 4개월여 만이다. 
특히 득점 장소가 한국 축구에 '난공불락'으로 불리는 아자디 스타디움이어서 의미가 있다. 한국 축구는 이전까지 아자디 스타디움이 세워진 1974년 이후 7차례 A매치를 벌였으나 2무5패, 무승에 그쳤다. 득점자도 이영무(1977년) 박지성(2009년) 두 명밖에 없었다. 이날 또다시 승리 역사는 세우지 못했으나 손흥민은 12년 전 '롤모델' 박지성처럼 주장 완장을 차고 월드컵 최종 예선이라는 중대한 무대에서 아자디 골문을 뚫어냈다. 
또 손흥민은 이날 A매치 29번째 득점(94경기)에 성공했다. 이는 역대 한국 축구 남자 A매치 통산 득점 순위에서 9번째에 해당한다. 30골로 공동 6위에 매겨진 허정무, 김도훈, 최순호 '대선배'들을 1골 차이로 추격하게 됐다. A매치 득점 1위는 58골의 차범근이다. 
무엇보다 '벤투호'에서 손흥민의 득점력이 살아나는 게 반갑다. 이번 시리아, 이란과 2연전 소집 전까지 손흥민은 벤투호에서 A매치 22경기에서 단 4골만 성공했다. 기본적으로 슛 자체가 적었다. 지난달 2일 이라크와 최종 예선 1차전에서도 단 1개 슛에 그쳤다. 하지만 이번 2연전에서는 달랐다. 시리아전에서 8개의 슛을 시도했고 후반 종료 직전 결승골을 터뜨렸다. 그리고 이란전에서도 초반부터 적극적인 슛을 앞세워 선제골의 결실을 봤다. 
손흥민의 최대 장점은 속도와 임팩트가 좋은 양발 슛이다. 그는 토트넘에서 뛸 때 역습 과정에서 상대 뒷공간을 파고드는 움직임으로 자신의 장점을 살려 여러 골을 양산했다. 반면 후방 빌드업을 중시하는 벤투호에서는 그의 장점이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 이라크전에서도 왼쪽 윙어로 배치됐으나 상대 밀집 수비와 후방 빌드업 과정에서 끊기는 공이 많아 손흥민이 수비 지역으로 내려와 공을 받는 장면도 많았다. 이라크전 히트맵을 보면 왼쪽 지역에 국한해 공수를 오간 흔적이 대부분이다. 이런 점이 고려됐는지 시리아, 이란전에서는 우선 손흥민의 위치 변화가 눈에 띄었다. 그는 시리아전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돼 좀 더 자유롭게 뛰었고 후반 중반 이후엔 최전방에 배치됐다. 이란전에서는 윙어로 좌,우를 번갈아 움직이며 상대 수비를 교란했다. 2선 동료와 약속한 움직임을 통해 손흥민의 배후 침투 기회를 더 많이 만들었다. 시리아, 이란전 히트맵을 보면 이전보다 폭넓게 움직인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에 스스로 대표팀에 오면 자신을 향햔 상대 견제를 활용해 도우미 구실에 집중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강했다. 그러나 이라크전 직후엔 스스로 해결사 노릇을 더 하겠다는 뜻을 밝힌 적이 있는데 자신의 의지를 실천에 옮기려는 자세도 한몫했다. 어쨌거나 궁극적으로 월드컵 본선에서 16강 이상 성적을 거두는 게 목표인 벤투호로서는 손흥민의 골 레이스가 무척 반가울 수밖에 없다. 

김용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