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배우 알렉 볼드윈 촬영중 쏜 총에 女 촬영 감독 사망 충격 일파만파

[뉴스분석]

‘실탄 장정’ 모르고 조감독 건네준 총 발사
경찰, 일단 우발 사고로 보고 증거 분석 중
닷새전에도 사고…사전 시험발사 규정 위반
제작진 일부 수시간전 항의 이탈 후에 발생

미국 할리우드 유명 배우 알렉 볼드윈(63)이 영화 촬영 중 발사한 소품용 총에 40대 여성 촬영 감독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당시 정황이 일부 공개됐다.

23일 AP 통신에 따르면 사건 당일 영화 조감독은 볼드윈에게 소품 총을 건네면서 실탄이 없다는 뜻의 '콜드 건'(cold gun)이라고 말했으나 실제로는 총알이 장전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사고는 제작진 일부가 근로조건과 제작 여건등에 항의하며 현장을 떠난지 몇 시간만에 일어난 것으로 조사 돼 주목된다.

망연자실 볼드윈 울면서 전화
볼드윈은 지난 21일 19세기 뉴멕시코를 배경으로 한 서부 영화 ‘러스트’(Rust)를 촬영하고 있었다. 그는 제작자이자 배우로 작품에 참여했고, 당시 총기 활용 장면을 찍고 있었다.
볼드윈이 소품용 총을 발사하자 총알은 여성 촬영 감독 할리나 허친스(42)와 감독 조엘 소자(48)에게 향했다. 허친스는 앨버커키에 있는 한 대학 병원으로 즉시 옮겨졌으나 결국 사망했다. 소자 감독은 지역 의료 센터에서 치료를 받았으며 생명엔 지장이 없다. 볼드윈은 사건 직후 경찰 조사를 받았고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어딘가에 전화를 거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사건 이후 촬영장은 폐쇄됐고 ‘러스트’의 제작 역시 중단됐다.
샌타페이 카운티 보안관실이 법원에 제출한 수색영장에 따르면 조감독은 촬영장 밖 수레에 있던 소품 총 3정 중 하나를 집어 '콜드 건'이라고 외치면서 볼드윈에게 줬다. '콜드 건'은 실탄이 없고 공포탄으로 채워진 소품 총이라는 뜻의 미국 영화계 용어다.
하지만, 볼드윈이 받은 '콜드 건'에는 실탄이 채워져 있었고 허친스는 이 총에 맞아 사망했다. 조엘 감독은 경찰에 실탄이 장전돼있는 줄 전혀 몰랐다고 진술했다.

총기 관리 책임자 20대 초보
대체로 영화촬영에 쓰는 총들은 진짜 총일 경우 실탄이 들어있거나 비어 있거나 둘 중 하나다. 하지만 대체로 화약만 들어있고, 불꽃과 폭음이 나지만 위험한 총탄이 실제로 발사되는 경우는 없다.
'러스트'에서 무기류 소품 안전을 책임진 사람은 해나 구티에레즈 리드(24)다. 그는 할리우드 총기 전문가로 알려진 스턴트맨의 딸이다. 20대 초반인 그는 최근 니컬러스 케이지 주연 영화에서 처음으로 무기 관리 책임자를 맡았다면서 현장 경험이 이번이 두번째 밖에 안되는 초보다.
경찰은 일단 우발적 사고로 보고 볼드윈과 조감독에게 형사상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검찰도 현장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기소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러스트' 촬영장에서 총기 안전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수사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사건 닷새 전에도 볼드윈 대역이 '콜드 건' 소품 총을 조작하다가 실탄 2발이 발사되는 사고가 발생했으나 안전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배우노조 지침에 따르면 총기 촬영의 경우 사전 시험 발사를 반드시 해야 하고 무기류 소품 관리자는 촬영에 앞서 안전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또한 문제의 비극이 벌어진 리허설 직전에 세트장에서는 7명의 스태프들이 사고 몇 시간 전에 안전조건 등 작업환경과 여러 문제로 항의하면서 현장을 떠나버린 사실이 남은 제작진들에 의해 확인돼 이번 사고와 관련이 있는지 궁금증을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