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해금강 호텔' 집중 조명…"1만 마일 여정 끝 비극적 운명“

[북한]

30년 전 호주서 호화 호텔로 시작해

베트남 거쳐 북한까지 3번의 손바뀜

200만명 이용 한때 남북교류의 산실

김정은, 2019년 철거 지시 사라질판

미국 CNN방송이 북한 해금강 호텔의 기구한 사연을 집중 조명했다. 세계 첫 수상 호텔로 시작했지만 남북 교착 상태가 장기화하면서 지금은 철거 위기에 놓인 채 불확실한 미래에 직면해 있다고 보도했다.

CNN은 11일 '북한에서 녹슬어 가는 해상 호텔' 제하의 보도에서 "해금강 호텔은 세계 최초 수상 호텔이었지만 지금은 남북 비무장지대(DMZ)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북한 항구에 황폐하게 자리 잡고 있다"며 "30년 전엔 헬리콥터와 선박으로만 접근할 수 있는 5성급 고급 호텔이었지만 1만 마일(약 1만6000㎞) 여정의 마지막 정거장에서 비극으로 끝날 위기에 놓였다"고 했다.

이 호텔은 30년 전 호주 개발업자가 당시 돈으로 약 4500만 달러, 지금 돈으로 약 1억 달러(약 1180억원)를 들여 7층으로 지은 세계 첫 수상 호텔로, 지금까지 3번 주인이 바뀌었다.

첫 이름은 '포 시즌스 배리어 리프'였다. 1988년 3월 호주에서 산호초 천국으로 유명한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에 터를 잡고 문을 열었다. 이 호텔에 가려면 2시간여 동안 배를 타거나 헬리콥터를 이용해야 했다. 교통비만 왕복 350달러가 들었다. 참신함에 화제가 되면서 다이버들의 '꿈의 호텔'이 됐지만 잦은 악천후와 뱃멀미 등으로 손님이 줄면서 1년 만에 문을 닫았다.

두 번째 주인은 베트남이다. 사이공 호텔로 이름을 바꿨지만 '더 플로터'로 더 잘 알려졌다. 바다 한 가운데가 아닌 베트남 해안가에 정박하면서 큰 인기를 끌었는데 이 곳에서도 재정난에 10년 만에 폐업했다.

세 번째 비로소 북한에 자리 잡았다. 북한은 1998년 금강산 관광객 유치를 위해 이 호텔을 매입해 '해금강 호텔'이라는 새 이름을 지어줬다.

북한은 2000년 10월 금강산 관광지구에서 이 호텔 운영을 시작했다. 관리는 현대아산이 맡았다. 현대아산에 따르면 지난 몇 년 동안 2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이 호텔을 이용하며 남북교류의 중추적 역할을 했다.

하지만 2008년 한국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한 군사지역으로 들어갔다 북한 군의 총에 맞아 숨진 뒤 금강산 관광은 중단됐다. 해금강 호텔 투어도 이 때 중단됐다.

이후 호텔의 운영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구글맵에서는 금강산 지구 부두에 정박해 녹슬어가는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2019년 10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돌연 철거를 지시했다. 그는 금강산 일대 관광시설을 돌아보며 "관리가 되지 않아 남루하기 그지없다"고 비판하고 북한식으로 새로 건설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다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모든 계획이 보류된 상태로, 계획 이행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CNN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