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16일 '화상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외신은 양국의 팽팽하던 긴장을 일정 부분 누그러뜨리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합의 사항이나 공동 선언문 없이 대부분 의제에 대해 서로의 의견만 교환하는 수준이었으나, 회담장의 화기애애했던 양국 정상의 분위기에 주목하는 보도가 많았다.

AP통신은 "갈수록 가시밭길이 될 수 있는 양국의 경쟁 관계에서 두 정상이 앞으로는 신중하게 발걸음을 내딛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자국에서 각각 정치적 압박을 받는 양국 정상이 최근까지 과열 양상이었던 양국 관계의 온도를 낮추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국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비판 속에 지지율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취임 후 치솟은 물가 역시 비판 사유가 되고 있다.

국가주석 재연임에 도전해 장기집권을 도모하는 시 주석 역시 코로나19 재확산과 에너지 부족, 헝다(恒大) 사태에 따른 부동산 시장 문제 등을 겪는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회담에 대해 "3시간여 동안 양측이 적대감을 누그러뜨렸다"며 "두 강대국이 긴장을 풀어내고, 쟁점에 대해서는 갈등을 피하고 소통할 방법을 찾았다"고 평가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 시 국가주석은 화상 회담을 시작하면서 서로에게 손 인사까지 건네며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바이든 대통령은 부통령 시절 시 주석과의 인연을 강조했고, 시 주석도 바이든 대통령을 '오랜 친구'로 지칭했다. 시 주석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화상으로 얼굴을 보는 건 처음이다. 그런데 직접 만나는 것만은 못하다"고 분위기를 녹였다.

CNN방송은 "중요한 회담에서 건전한 논쟁을 벌였지만 두 정상이 예상됐던 대로 돌파구를 마련하지는 못했다"라고 논평했다.

미국의 한 고위 관리는 이 방송에 "이번 회담의 목적은 딱히 긴장을 풀거나 결과를 내려는 것이었다고 보지 않는다"라며 "양국간 경쟁이 책임감있게 관리된다는 점을 확인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두 정상이 더 협력하기로 약속했지만 돌파구를 내놓진 못했다"라는 제목으로 회담 소식을 전했다.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 NPR은 "모두발언 때 분위기는 그동안 양국이 주고받은 날 선 공격성 발언과는 차이가 크다"며 "때로 험악한 말까지 오가던 양국의 경쟁 관계가 지금보다 더 악화하지 않도록 양국 지도자가 공존할 방법을 찾아 나섰다"고 해설했다.

영국 스카이뉴스는 "양국의 관계는 실상 서릿발 같은 긴장감, 불신 등에 휩싸여 있지만, 이런 따뜻하고 소탈한 '줌 화상 회담'의 연출 뒤로 가려졌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이날 회담으로 꽁꽁 얼었던 관계가 해빙 국면을 맞고 있다고 말하기엔 이르다"며 "다만 비록 화상 대화였어도 1대1 대화 자체는 (양국 관계의) 진전"이라고 덧붙였다.

호주의 ABC뉴스는 "(양국 정상은) 모든 논의 주제에 대해 의견이 불일치했지만, 미·중 갈등이 (초래할 수 있는) 결과에 대해서는 두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보였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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