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일정 취소 후 연락 두절…尹측 권성동, 李 사무실 찾았으나 헛걸음

중진들 "제발 정신들 차리라" 일제히 촉구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이슬기 이은정 기자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리더십이 30일 중대 시험대에 올랐다.

선대위 인선을 둘러싼 이견 끝에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조기 영입에 실패한 데다 난데없이 불거진 '패싱' 논란으로 이준석 대표와도 마찰을 빚으면서다.

이 후보 측에서 '중대 결심설'까지 흘러나오는 가운데 윤 후보는 구성 단계부터 대혼란에 빠진 선대위를 안정적으로 본 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고도의 정치력을 요구받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그렇다면 여기까지"라는 글을 남긴 데 이어 이날 '금일 이후 모든' 일정을 돌연 취소하고 외부 연락을 차단했다.

이 대표는 전날 저녁 초선 의원 5명과 술자리를 하던 도중 페이스북 글을 게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완전히 헤매고 있는 것 같은데"라며 "어제 술을 많이 자셨다고 한다"라고 언급했다.

특히 이 대표는 전날 술자리 직후 주변에 당 대표 사퇴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윤 후보 측이 충청 방문 일정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는 패싱 논란에 더해 명시적으로 반대했던 이수정 교수를 선대위에 들인 데 대한 불만 표시로 해석된다.

실무자급 인선을 놓고도 일부 이견이 있었다고 한다.

전날 밤 이 대표 자택을 찾았다는 정미경 최고위원은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 대표가 정말 직을 던질 수도 있을 것 같다"며 "그러면 정권 교체 못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선대위가 처음 구상했던 것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가고 있다"며 "대표가 더이상 역할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윤 후보 측은 일단 패싱 논란과 관련, 절차상 '착오'를 인정했다.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은 이날 라디오에서 "실무적인 차원에서 흠이 없지 않아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양수 수석대변인도 통화에서 "비서실장이 공석이어서 발생한 헤프닝"이라며 "앞으로 당 대표 예우를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권성동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윤 후보를 대신해 이 대표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 당원협의회 사무실을 찾았으나, 이 대표 부재로 소득 없이 발길을 돌렸다.

중진들은 종일 페이스북을 통해 신속한 사태 수습을 촉구했다.

조경태 공동선대위원장은 "우리 모두 겸손하게 한 마음이 돼 오로지 정권 교체를 위해 매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호 의원은 "차, 포 다 떼고 이길 수 있는 판이 아니다. 당 대표까지 설 자리를 잃으면 대선은 어떻게 치르려는 건가"라며 "후보가 리더십을 발휘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대출 의원은 윤 후보를 '주연', 이 대표를 '조연'에 각각 비유하면서 "각자 제 위치를 지킬 때"라고 말했다. 본인은 "최대한 지역에 머무르며 현장으로 달려가겠다"고 약속했다.

김태흠 의원은 "대선 후보, 당 대표, 선대위 핵심 인사들 왜 이러나"라며 "제발 정신들 차리라"고 싸잡아 비판했다.

이 대표에 대한 평가가 미묘하게 엇갈리기도 했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 대표 없이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안이한 생각은 대선 승리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 대표를 엄호했다.

홍준표 의원은 자신의 청년 온라인 플랫폼 '청년의꿈'에서 이 대표를 향해 "패싱 당할 바엔 상임선대위원장을 사퇴하고 당 대표로서 당만 지키는 방법도 있다"고 언급했다.

윤 후보 측의 '원팀' 합류 제안을 뿌리쳐온 홍 의원은 "당 대표를 겉돌게 하면 대선을 망친다"고 윤 후보를 우회 저격했다.

반면, 장성민 전 의원은 "집권을 꿈꾸는 야당 대표인가 정권 교체를 포기한 야당 대표인가"라며 이 대표를 비판했다.

한편, 윤 후보는 이날 충북 청주 방문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선대위 내 잡음과 관련, "저는 후보로서 역할을 다하는 것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han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