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누리꾼들 "이해 못 하겠다"…인터넷서 4배 값에 팔리기도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한겨울 새벽 상하이 디즈니랜드 앞에 한정판 캐릭터 인형을 사려는 사람들 수천명이 모여들어 중국에서 화제가 됐다.

30일 중국중앙(CC)TV 등에 따르면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는 전날 새벽 상하이 디즈니랜드에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영상이 급속히 퍼졌다.

이날 이곳에서만 판매되는 크리스마스 한정판 '더피와 친구들' 캐릭터 인형 세트를 사려는 사람들이었다.

6개 캐릭터 인형으로 구성된 한 세트 상품 가격은 2천148위안(40만원)이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개장 시간 훨씬 전인 오전 3시 무렵 상하이 디즈니랜드 정문 앞에 줄을 선 사람은 이미 5천명에 달했다.

많은 누리꾼들은 값비싼 인형 구매 열기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누리꾼 'HYH**'는 웨이보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인형 하나를 사겠다고 새벽부터 줄을 서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누리꾼은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전면 봉쇄된 시안(西安) 시민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거론하면서 "시안에서는 먹을 것을 제대로 못 사는데 상하이에서는 인형을 제대로 못 사다니 너무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물건을 산 뒤 곧바로 비싼 값에 되파는 '리셀러' 때문에 구매 경쟁이 과열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봉황망은 공식 판매가 이뤄진 지 몇 시간 만에 인터넷에서 정가의 4배가 넘는 8천500위안(158만원)에 해당 인형 세트가 팔리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기업 디즈니가 출시한 한정판 인형을 사겠다면서 많은 사람이 새벽부터 모여든 현상은 미중 신냉전 속에서 최근 미국 유통기업 월마트가 중국 소비자들로부터 불매 운동 대상으로 지목된 가운데 나타나 눈길을 끈다.

미중 무역전쟁 이후 여러 미국 기업이 중국 소비자들로부터 불매 운동 대상이 됐지만 중국 본토의 유일한 디즈니랜드인 상하이 디즈니랜드는 연일 수만명의 관람객이 몰려들면서 호황을 누리고 있다.

미중 신냉전 격화의 여파로 중국에서 반미 분위기가 날로 강해지는 추세지만 상하이 디즈니랜드는 중국의 젊은이들과 어린 자녀를 둔 가정에게는 중국 본토에서 대체가 불가능한 테마파크다. 중국 본토 안에서 상하이 디즈니랜드의 거의 유일한 경쟁 상대는 베이징에 갓 들어선 유니버설 스튜디오 정도인데 이 역시 미국 회사가 운영하는 곳이다.

디즈니도 중요 시장인 중국 당국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디즈니는 최근 중국의 특별행정구인 홍콩 지역 디즈니플러스(디즈니+)에서 서비스하는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에서 톈안먼 민주화 시위에 관한 에피소드를 삭제했는데 이는 다분히 중국 당국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한 것으로 풀이됐다.

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