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세상을 떠나면서도 인류를 생각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유가족, 생전 고인의 유언 따라'친환경적'장례
시신도 단촐한 소나무관에… "가장 저렴한 관" 

남아프리카공화국 인권운동가로 세계적 존경을 받는 고(故) 데즈먼드 투투 성공회 대주교가 화장(火葬) 대신 수분해장(水分解葬)으로 1일 영면에 들었다. 수분해장은 시신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덜 발생해 환경친화적 장례로 주목받고 있다.

CNN방송에 따르면 투투 대주교는 이날 남아공 케이프타운에 위치한 세인트 조지 성공회 대성당 묘역에 안치됐다. 아파르트헤이트(인종 분리 정책) 철폐 운동을 이끌어 1984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투투 대주교는 지난달 26일 90세를 일기로 선종했다.

장례는 생전 고인의 뜻에 따라 수분해장으로 치러졌다. 수분해장은 강(强)알칼리 용액(pH12 이상)과 물이 담긴 고압 금속 실린더로 시신을 분해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 시신은 녹아서 액체가 되고, 남은 유골은 건조ㆍ분쇄된 뒤 유골함에 담겨 유족에게 전달된다.

일부 환경운동가들은 수분해장이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화장을 대체할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분해장을 이용하면 화장할 때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35%, 에너지 사용량은 90% 줄일 수 있으나 장례업계 외에 다른 분야에서는 거의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수분해장은 1990년대 초 실험에 이용된 동물 사체를 저렴하고 안전하게 처리하기 위해 고안됐다. 2000년대 이후 의과대학에서 기증된 시신의 장례를 위해 사용하다가, 기술력이 향상되면서 최근에는 일반 장례에서도 쓰이게 됐다. 미국에서는 대략 20개 주(州)가 수분해장을 합법화했다. 남아공에는 수분해장과 관련한 별다른 규정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전 투투 대주교는 인권운동뿐 아니라 환경보호에도 각별한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왔다. 시신도 장식을 전혀 하지 않은 단출한 소나무관에 안치돼 지난달 30, 31일 일반 참배객의 조문을 받았다. 남아공 성공회는 “가격이 가장 저렴한 관”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