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맞이 해안가서 50m 줄 만들어 조류 휩쓸린 수영객 구조

[필리핀]

새해 첫날, 필리핀에서 시민 수십 명이 ‘인간 띠’를 만들어 물에 빠진 수영객을 구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5일 영국 미러는 거센 조류에 휩쓸린 수영객이 ‘인간 띠’ 덕에 목숨을 건졌다고 보도했다.

미러에 따르면 지난 1일 새해맞이 행사가 한창이던 루손섬 팡가시난주 빈밀리 해안에서 20대 남성 한 명이 조류에 휩쓸렸다. 허리춤까지 오는 물에서 놀던 남성은 갑자기 빨라진 조류와 거센 파도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점점 먼 바다로 떠밀려갔다. 사람 키를 훌쩍 넘는 큰 파도에 익사할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겨우 머리만 내민 남성은 허우적거리며 필사적으로 “살려달라”고 외쳤다. 그러자 해변에 있던 다른 수영객도 위험을 감지하고 하나둘 모여들었다.

주위사람들이 구명조끼를 들고 바다로 뛰어들었으나 거친 파도에 밀려 물에 빠진 남성에게 접근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그때, 몇몇이 ‘인간 띠’를 만들기 시작했으며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모인 30여 명은 손에 손을 잡고 일사불란하게 줄지어 섰다. 그렇게 만든 인간 띠 길이가 50m에 달했다. 인간 띠 맨 앞에 선 사람은 구명튜브를 꼭 쥐고 물에 빠진 수영객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무사히 구조된 남성은 다행히 별다른 부상이 없어 간단한 치료를 받고 귀가했다.

현장에 있던 한 수영객은 “그야말로 생명을 구한 인간 띠다. 자발적 연대의 힘을 보여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