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C 업무 복귀 지침 개정…격리기간 10일→5일로 단축

일각서 우려 제기…"간호사들 일회용으로 취급" 비판

(서울=연합뉴스) 최수호 기자 = 미국 병원에서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있는 유증상 감염자의 업무 복귀를 유도하고 있다고 23일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면서 병원 인력 중에서도 격리 대상인 확진자와 밀접 접촉자가 급증하면서 일손이 심각하게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미국 내 병원 5분의 1 이상은 심각한 인력 부족 문제를 호소하고 있다.

실제 뉴저지주의 홀리네임 메디털센터는 지난달 하루 직원 3천500명 가운데 191명이 이런 이유로 병가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의 인력난이 심해지자 필수 의료서비스 운영을 유지하려면 코로나19 감염 직원의 업무 복귀 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달 말 지침을 개정해 증상이 경미하고 나아질 기미가 보이는 근로자가 보다 빨리 업무에 복귀할 수 있도록 격리 기간을 기존 10일에서 5일로 단축했다.

특히 직장의 인력 수급 상황에 따라 필요하다면 격리 기간을 완전히 폐지할 수 있다고도 했다.

다만 이 경우 병원은 무증상이거나 증상이 경미한 직원을 우선 복귀시켜야 한다고 권고했다.

홀리네임 메디컬센터 관계자는 "CDC가 코로나19 감염 후 5일이 지나 증상이 경미하거나 열이 없는 사람은 일터로 복귀가 가능하다는 것을 발표했을 때 매우 기뻤다"고 말했다.

사전 검증 없이 이뤄진 CDC의 이 같은 조처를 두고 의료계 일각에서 우려가 나오지만 최근 몇 주 동안 미국 내 병원은 완화된 지침을 적용하고 있다.

애리조나주에 있는 한 대형병원은 이달 초 직원들에게 코로나19에 감염됐더라도 복귀 의사가 있으면 상사의 허락을 받아 직장에 나올 수 있다고 공지했다.

캘리포니아주 보건 관리는 "마지막 수단으로 무증상 의료종사자는 계속 일할 수 있으며 될 수 있는 대로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일에 배정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여전히 CDC의 업무 복귀 지침 변경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플로리다주 브레이든턴에 있는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캔디스 콜데로는 지난달 코로나19 감염 후 7일 뒤까지 여전히 열과 기침 증상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병원 측이 개정된 CDC 지침을 설명하며 업무 복귀를 요청했고, 그는 바이러스 전파 등을 우려해 거부했다.

콜데로는 "병원에서 직원을 너무 일찍 복귀시키려 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일리노이주의 한 간호사는 "CDC 업무 복귀 지침은 의료 시스템이 간호사를 일회용으로 취급한다는 생각이 떠올랐다"고 지적했다.

최근 영국에서 실시된 연구에서도 코로나19 감염자 중 3분의 1가량은 5일이 지난 후에도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WP는 전했다.

su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