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보건 비상사태' 선포 대신 현실적 수단 찾는 듯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축소 판결에 대응해 임신중절 알약의 처방·판매를 면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9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은 '공공준비·비상사태 대비법'(PREP)을 발동해 임실중절 알약을 제공한 의료진과 약국에 법적 책임을 묻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이 백악관 내에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낙태가 금지 혹은 제한된 주(州)에서도 합법적으로 임신중절 약물을 처방받아 사용할 수 있다.

당초 백악관은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당시와 마찬가지로 공중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방안을 고려했지만,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더 현실적인 수단에 눈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관련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의약적 낙태'에 대한 면책권 부여가 "(내부적으로) 꽤 괜찮은 수준의 지지를 확보한 유일한 방안"이라고 전했다.

다만 백악관 고위층 일각에선 보수 성향의 주에서 주정부와 법적 다툼이 벌어질 수 있다는 회의론도 제기된다고 폴리티코는 덧붙였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임신 10주 이내에만 의약적 낙태를 허용한다.

낙태권 옹호단체인 구트마허 연구소는 2020년 한 해 동안 미국에서 이뤄진 임신중절의 54%가 의약적 낙태라고 집계했다.

미 연방대법원이 낙태권을 보장했던 이른바 '로 대 웨이드' 판례를 지난달 24일 폐기하고 낙태에 관한 결정 권한을 각 주(州)로 넘기면서 의약적 낙태도 제한될 가능성이 커졌다.

보수적인 미국 남부 지역 위주로 10여 개 주가 낙태를 전면 금지하거나 극도로 제한하는 법을 시행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에서는 단속이 쉽지 않은 임신중절 알약 수요가 급증했다. 낙태권 반대에 앞장선 텍사스주는 최근 우편으로 낙태약을 주고받는 것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일부 시민단체나 몇몇 주 정부는 임신 중절을 원하는 여성이 낙태약 처방이 합법화된 주에서 약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hwang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