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상대 고를 때도, 기업들 직원 구할 때도…

[뉴스진단]

CNN, 한국 MZ세대 일상된 'MBTI 열풍' 집중 조명
1940년대 美서 만들어진 성격 유형 검사 '과몰입'
팬데믹 등 불안감 고조, 소속감 원하는 심리 반영
"지나친 의존 불건전…"과학적 근거도 결여" 지적

"MBTI가 어떻게 되시나요?", "저는 ESFP입니다"

1940년대 미국에서 만들어진 성격유형 검사인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 테스트가  최근 한국 MZ세대 사이에 일상이 됐다. 첫 만남에서부터 MBTI 유형을 물으며 서로를 알아가고, 심지어는 연인을 사귈 때도 이를 중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MBTI 알면 상대 파악 끝?
23일  미국 CNN은 이 같은 한국 젊은세대 사이의 MBTI 열풍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CNN은 한국의 MZ세대가 데이트 상대를 찾는 데 MBTI를 적극 활용한다며, 2030세대가 상대를 알아갈 때 시간을 낭비하기보다 MBTI가 잘 맞는 사람을 골라서 만난다고 분석했다.
MBTI는 외향·내향, 감각·직관, 사고·감정, 판단·인식 등 지표에 따라 성격을 16개 유형으로 나눈다. 영어 알파벳 4개의 조합으로, 각 유형엔 심리적 특성이 반영된다. 이는 캐서린 쿡 브릭스와 이사벨 브릭스 마이어스 모녀가 스위스 심리학자 칼 융의 이론에 기반해 만든 테스트로, 2차 세계대전 당시 여성에게 적절한 일자리를 찾아주기 위해 활용됐다.
서울에 사는 대학생 이다현씨(23)는 자신을 처음 소개할 때 항상 MBTI 유형을 말한다고 한다. 이씨는 "제가 ENFP라고 말함으로써 저에 대해 계속 설명할 필요가 없어서 시간이 절약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MBTI로 사람들이 성격 유형을 알고 나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씨는 남자친구의 MBTI 유형도 자신과 잘 맞는다며 "우리는 1000일이 넘도록 함께 지내왔다. 이는 서로의 MBTI 유형이 잘 맞는다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대학생 윤모씨는 "MBTI로 궁합이 안 맞는 유형과 데이트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각 유형 새긴 맥주 캔 출시
기업들도 MBTI를 적극 활용하는 추세다. 파라다이스그룹은 MBTI 유형에 따라 어울리는 여행지 추천 서비스를 실시했다. 제주맥주는 각 유형을 새긴 맥주 캔을 출시했다. 구인사이트에는 ‘열정적이며 혁신적’인 ENFP를 찾는다는 모집 공고가 올라오기도 했다.
◇ 전문가들 "젊은세대의 불안감 등 심리가 MBTI 몰입에 반영"
이 같은 MZ세대의 MBTI 열풍에 대해 코로나19 팬데믹의 확산과 불안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사람들이 불안해지면서 심리적으로 기댈 곳이 필요했을 것"이라며 "대부분은 집단에 소속됐을 때 불안감을 덜 느낀다"고 분석했다.

'N포 세대'의 탈출구 유혹
코로나19 외에도 경쟁이 치열한 고용 시장, 치솟는 실업률, 천정부지의 집값 상승 등 한국의 젊은 세대들의 미래에 대한 비관이 MBTI 몰입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애 및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등을 포기한 일명 'N포 세대'로도 불리는 MZ세대가 데이트 상대를 찾는 데 많은 시간이나 노력을 들일 의향이 없어, 효율적인 MBTI에 대한 과몰입이 발생했다는 관점도 나온다.
많은 전문가들은 MBTI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건전하지 않을 뿐 아니라 과학적 근거도 결여돼 있다고 우려한다. 앞서 많은 심리학자들은 MBTI 결과에는 일관성이 없고, 다양할 수밖에 없는 사람의 성격을 몇 개의 틀로 가둬버린다며 문제점을 지적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