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가뭄에 최악 폭염 이어지며 맥없이'스르르'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알프스 지역 빙하들이 올해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6일(현지시한) 보도했다.

지난 겨울엔 적설량이 부족했고, 올 여름엔 최악의 폭염까지 찾아오면서 빙하가 맥없이 녹아내리고 있다.

로이터통신이 입수한 스위스 빙하감시센터, 브뤼셀 자유대학교 등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스위스 알프스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모테라치 빙하'는 하루 5㎝씩 경계선이 후퇴하고 있다.

겨울철 적설량과 여름철에 녹은 빙하의 양을 분석하면 빙하의 규모가 얼마나 변화했는지 가늠할 수 있는데, 올해 모테라치 빙하는 6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크기가 줄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현지 당국이 펴낸 관광지도와 비교해도 모테라치 빙하의 변화가 체감된다. 만년설·얼음층 두께는 200m 정도 얇아졌고, 빙하에서 시작돼 하부 계곡 쪽으로 쭉 내미는 형태의 '빙하설(舌)'은 3㎞ 정도 짧아졌다.

여름철 빙하가 녹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 속도가 우려스러울 정도로 빠르다고 로이터통신은 지적했다.

다른 빙하들도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탈리아 북서쪽의 '그랑에르트 빙하'는 올해 누적 적설량이 1.3m에 불과했다. 과거 20년간 연평균 적설량은 3.3m 수준이었다.

히말라야의 빙하들도 규모가 극적으로 줄어들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인도 카슈미르 지역 빙하의 경우 만년설이 봉우리 상단에만 간신히 남아 있는 수준이었다. 인도 히마찰프라데시주의 탐사 결과 인근 초타쉬그리 빙하는 쌓인 눈이 거의 사라진 채 햇볕에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빙하는 겨울철 적설량이 많아야 여름철을 버텨낼 수 있다. 흰 눈은 태양 빛을 상당 부분 반사하는 방식으로 빙하에 '보냉 효과'를 제공한다. 녹아버린 빙하에 얼음을 공급해줄 수도 있다.

그러나 온난화 탓에 만년설이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알프스산맥의 경우 폭염의 영향으로 기온이 0도가 되는 '빙결고도'가 한때 5천184m까지 높아졌다. 알프스산맥 최고봉 몽블랑(4천807m)에도 만년설이 버티지 못한다는 의미다.

알프스산맥의 평균기온은 최근 10년 만에 0.3도 상승했다. 이는 전세계 평균기온 상승속도의 2배에 이른다.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된다면 2100년 알프스의 빙하 80%가 사라질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마티아스 후스 스위스 빙하감시센터 소장은 "수십년 뒤에나 일어날 것 같던 일이 지금 당장 벌어지고 있다"며 "이런 극단적인 변화를 금세기에 목격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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