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여론 비등하자 "신속하게 강구"→"수단적 대안일 뿐"

사회수석, 백지화 가능성엔 즉답 피해…"옳은 개혁방안" 언급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이동환 기자 = 대통령실은 2일 윤석열 정부 교육개혁의 일환으로 제시된 취학연령 하향 방안과 관련, 여론 수렴과 공론화를 강조하며 반발 여론 다독이기에 나선 모습이다.

대선 공약이나 국정과제에도 없던 학제 개편안을 불쑥 발표한 뒤 반대 여론이 심상치 않자, 신속한 추진보다 전문가와 현장의 의견 수렴 쪽으로 무게를 옮기며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안상훈 사회수석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취학연령 하향은 유보통합, 방과 후 돌봄 등 다른 개혁과제와 엮여 있어서 뭉친 실타래를 동시에 풀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지만, 그 자체로 목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교육부가 신속하게 이에 관한 공론화를 추진하고 국회에서 초당적인 논의가 가능하도록 촉진자 역할을 해달라는 게 교육부 업무보고에서의 대통령 지시사항"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도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윤 대통령은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각계 각층의 여론을 들어보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안상훈 수석은 특히 교육부가 공론화 뒤 취학연령 하향 자체를 백지화할 수 있느냐는 기자 질문에 "아무리 좋은 정책의 내용이라도 국민 뜻을 거스르고 갈 수는 없다"고만 했다.

그는 "(윤 대통령에게서) 국민이 싫어하더라도 하겠다는 말씀은 들은 적이 없다"며 "국민이 원하는 개혁이라면 힘들더라도 하겠다는 표현은 여러 번 했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별도 언론 공지를 통해 "취학연령 하향은 하나의 수단적 대안일 뿐"이라며 "개혁은 초당적으로 할 입법사항이지만 정부는 국회 논의에 필요한 여론 수집과 문제점 대안 분석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의 이날 대응은 지난달 29일 교육부 업무보고 직후 대통령실 브리핑 내용과는 다소 온도 차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당시 대통령실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초중고 12학년제를 유지하되 취학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길 바란다"고 박순애 부총리에게 지시했다고 전했다.

박 부총리는 사전 브리핑에서 대국민 조사를 통해 내년 시안을 만들고 2024년 확정해 2025년 시행하는 로드맵까지 제시하며 연령별 입학 시점을 거론했다.

이는 정부가 취학연령 하향을 기정사실로 한 것으로 비쳤고, 당장 교육계와 학계 전문가,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시민단체들은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범국민연대)를 결성하고 전날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반교육적인 정책을 당장 폐기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정부가 이번주 들어 의견수렴 및 공론화를 강조하기 시작한 것은 이 같은 여론 동향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국정 지지도가 20%대까지 하락한 상황에서 학제 개편안을 둘러싼 논란이 추가 악재로 작용하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전날 박 부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국민이 불안해하는 일이 없도록 학부모 등 교육 수요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해 관련 정책에 충실히 반영하라"라고 지시한 것으로 비슷한 맥락으로 읽힌다.

한 총리는 "아이들마다 발달 정도가 다르고 가정마다 학교마다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라고도 했다.

안 수석의 이날 브리핑도 그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공론화 결과와 별개로 취학연령 하향의 백지화까지 검토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과감한 교육 개혁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이다.

안 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행 교육제도에 대해 다른 학자들의 입을 빌어 "200년은 굳어진 제도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뒤떨어진 면이 있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안 수석은 윤 대통령이 "옳은 개혁 방안에 대해 정부가 넋을 놓고만 있을 수 없으니 교육부가 속히 공론화를 추진해달라"고 했다며, 학제개편안을 '옳다'고 보는 윤 대통령 인식의 일면을 전하기도 했다.

han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