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억 대작 영화 ‘비상선언’이 ‘역바이럴’에 당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며 ‘비상’(非常)이 걸렸다.

‘역바이럴’은 영화의 평점을 의도적으로 낮추고 온라인 게시물에 악성댓글을 달아 영화에 대한 호감도를 낮추는 행위다. 통상 ‘바이럴’ 홍보가 누리꾼의 자발적인 평가를 통해 입소문이 퍼지는 것과 달리 ‘역바이럴’은 작품의 평판을 깎아내려 관객 유입을 차단시킨다.

팬데믹으로 영화 티켓 가격이 상승하고 대작영화가 잇달아 개봉해 경쟁이 치열해진 극장가에서 ‘역바이럴’은 시장을 의도적으로 교란시켜 영화 생태계를 뒤흔들 수 있어 영화인들 사이에서도 문제의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비상선언’의 경우 개봉 후 첫 주말이었던 지난 6일과 7일, 이같은 내용이 대형 영화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다. 대작 영화의 경우 통상 첫 주말 관객스코어에 향방이 좌지우지돼 ‘역바이럴’ 논란이 스코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논란을 처음으로 제기한 김도훈 영화평론가는 9일 스포츠서울과의 통화에서 “영화 개봉 후 특정한 시간에 커뮤니티와 SNS에 악평이 연달아 게시됐다. 영화를 관람한 관객이 자발적으로 남기는 평가라고 보기에 지나치게 많은 게시물이었다”며 “이후 화장품업계, 출판업계 쪽에서 ‘비상선언’의 악평과 관련, 신생 바이럴 마케팅업체가 연관됐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김 평론가에 따르면 해당 업체는 올 여름 대작 영화 4편 중 3편에 투자했다. CJ ENM의 경우 ‘외계+인’, ‘헤어질 결심’, ‘브로커’에 패키지 투자했으며 ‘한산:용의 출현’, ‘헌트’에도 투자하고 바이럴 마케팅까지 진행했다고 한다. 김 평론가는 “영화는 투자, 제작, 배급, 홍보가 분리된 산업”이라며 “미국의 경우 1960년대부터 한 회사가 영화에 투자와 마케팅을 동시에 진행하지 못하도록 법제화했다”고 말했다.

문제의 마케팅 업체 A는 지난 2019년 첨예한 이슈였던 가요계 음원사재기 논란에도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가수 박경의 SNS 게시물로 촉발된 음원 사재기 논란은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보도로 이어졌다.

박경이 지적했던 가수들의 소속사 측은 “음원사재기가 아닌 바이럴 마케팅”이라고 적극적으로 항변했다. 해당 사건으로 박경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약식기소돼 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가요계에 따르면 A업체는 박경이 지적한 한 가수의 소속사에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을 잘 아는 한 가요관계자는 “결국 사재기가 아닌 신종 바이럴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지만 이 역시 시장을 교란시키는 행위임은 분명했다”고 귀띔했다.

A업체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외계+인’, ‘한산:용의 출현’, ‘헌트’ 등에 투자했고 개봉예정인 ‘범죄도시3’와 ‘범죄도시4’에도 투자할 예정이라며 “올 상반기 한국영화 여러 편에 총 200억~250억원 가량 투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역바이럴’을 주도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또 투자한 영화의 ‘바이럴 마케팅’ 진행에 대해서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며 비밀 유지 조항이 있다”고 말을 아꼈다. 스포츠서울은 A업체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해당 업체 대표에게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하고 문자 메시지를 남겼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배급사 쇼박스는 관련 사안을 인지하고 있으며 정황을 확인하기 위한 정보 검토에 착수했다. 다만 이같은 상황을 확인했다 하더라도 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 ‘역바이럴’을 파헤치다 자칫 일반 관객의 자발적인 평가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쇼박스 측은 “김 평론가가 문제를 제기하기 전 몇몇 정황들을 확인했고 정보를 수집하는 단계”라고 전했다. 김 평론가는 “법적으로 문제제기를 할 수 없다 하더라도 사태를 공론화해 투자사의 이름으로 마케팅을 맡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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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