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핵 불사용 역사 계속돼야"…핵무기금지조약 참가 언급 안 해

(도쿄=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2차 세계대전 중 미국이 일본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지 9일로 77년을 맞았다.

교도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전 나가사키시 평화공원에서 원폭 희생자 위령제와 평화 기원식이 열렸다.

다우에 도미히사 나가사키 시장은 인사말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인류가 핵무기 사용 위기에 직면한 현실을 보여줬다"며 "핵무기는 존재하는 한 사용된다. 없애는 것이 인류의 미래를 지키는 유일한 현실적인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 정부에도 "미국의 핵무기를 공동 운용하는 핵공유 등 핵 의존이 아니라 의지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는 논의에 앞장서 달라"며 핵무기금지조약의 서명·비준을 촉구했다.

피폭자 대표로 나선 미야타 다카시(82) 씨는 "자식과 손자의 시대에 핵무기가 없는 세계 실현의 소원을 계속 이어간다"며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게) 피폭자의 마음을 울리는 대담한 행동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어려운 안보 환경 가운데 핵 불사용의 역사가 계속돼 나가사키 이후에는 더는 피폭지가 없어야 한다"고 말했으나 일본의 핵무기금지조약 가입 여부에 대해선 언급을 피했다.

세계 유일의 피폭국인 일본은 자국 방위의 한 축을 미국 핵무기에 의존하는 '핵우산' 아래에 있는 현실을 이유로 2017년 7월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핵무기금지조약에 참가하지 않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핵보유국을 포함해 역대 최다인 83개국 및 지역 대표들이 참석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이에 동조한 벨라루스는 행사에 초청받지 못했다.

태평양전쟁 말기인 1945년 8월 9일 오전 11시 2분 미국이 히로시마에 이어 나가사키 상공에 2번째로 투하한 원폭으로 그해 말까지만 7만명 이상이 숨졌다.

최근 1년 동안 새로 숨진 나가사키 피폭자는 3천160명으로 나가사키 원폭 관련 사망자는 19만2천310명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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