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구진, 기후변화와 전염병 확산 상관관계 분석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홍수와 폭염, 가뭄 등 기후 재해가 인간이 걸리는 전염병의 절반 이상에서 피해를 더욱 키우는 요인이 돼 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8일 AP 통신에 따르면 미국 하와이대학과 위스콘신-매디슨대학 연구진은 이날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이러한 내용이 담긴 논문을 게재했다.

연구진은 기후변화와 연관된 10가지 기상이변이 말라리아와 출혈열, 콜레라, 탄저병 등 알려진 전염병 375종 가운데 218종(58%)에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문헌조사를 바탕으로 기상이변이 전염병 확산으로 이어지는 1천6가지 시나리오를 정리한 결과 이같이 분석됐다는 것이다.

예컨대 폭우와 홍수는 모기와 쥐, 사슴류 등을 매개체로 병원균이 손쉽게 인간에게 전염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해수온도 상승과 폭염은 식중독 위험을 높이며, 가뭄이 왔을 때는 박쥐 등이 사람에게 질병을 옮기는 사례가 늘어난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실제, 세계 각지의 홍수 현장에선 물웅덩이에서 대량 번식한 모기 때문에 각종 질병이 퍼지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논문 주저자인 하와이대 소속 기후 전문가 카밀로 모라 교수는 2016년 이상고온으로 시베리아 영구동토가 녹았을 때는 수십년전 탄저병으로 죽은 사슴의 사체가 외부로 노출돼 질병이 확산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상이변이 전염병 피해를 키운다는 이번 연구결과에는 "어떠한 추측도 들어가지 않았다"면서 "이건 이미 일어난 일들"이라고 강조했다.

모라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기후재해의 연관성을 조사한 결과 저소득 지역에 폭염이 닥치면 더위를 피해 사람들이 한데 모이면서 감염이 확산하고, 폭우가 내릴 때는 외출을 삼가면서 감염이 억제되는 등의 양상이 관찰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공동저자인 위스콘신-매디슨대학의 조너선 패츠 박사는 "기후가 바뀌면 질병들의 위험성도 바뀐다"면서 이런 질병들을 아픈 지구가 보이는 증상들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기후변화가 특정 질병의 변화 등에 미친 영향을 수치화하지는 않았다.

AP 통신은 "의사들은 히포크라테스 시절부터 질병을 날씨와 연관시켜왔지만, 이번 연구는 기후가 인간 건강에 얼마나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hwang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