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상가 침수, 석축 붕괴, 정전 등 이어져…지자체 비상 근무

수도권 등 피해 '눈덩이'…16명 사망·실종, 건물 2천682동 침수

(전국종합=연합뉴스) 지난 8일부터 중부지방에 폭우가 집중된 가운데 10일부터 최대 300㎜ 이상의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된 충청권에서도 각종 피해가 잇따랐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8일 오전 0시부터 이날 오후 4시까지 충청권에 내린 비의 양은 충북 제천(백운) 216.5㎜, 단양(영춘) 173.0㎜, 대전(장동) 166.0㎜, 충남 당진(신평) 162.5㎜, 충주(엄정) 161.0㎜ 등이다.

인접한 전북 익산(함라)은 91.5㎜, 군산 68.2㎜, 경북 문경(동로) 111.5㎜, 봉화 108.4㎜, 영주(부석) 102.5㎜, 상주(화서) 71.5㎜, 예천 59.5㎜ 등의 강수량을 보이고 있다.

인명·재산 피해가 집중된 수도권과 강원도에도 경기 양평(용문산) 532.5㎜를 비롯해 서울(기상청) 525.0㎜ 경기 광주 524.5㎜, 여주(산북) 496.0㎜, 강원도 횡성(청일) 365.5㎜, 홍천(시동) 357.0㎜, 평창(면온) 281.0㎜, 춘천(남이섬) 256.5㎜를 기록했다.

현재 비는 소강상태를 보이는 가운데 경기 남부와 충청권, 경북 북부에 5㎜ 내외, 경북권 남부와 강원도에는 1㎜ 내외의 비가 내리고 있다.

11일부터는 충청을 비롯해 전국에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 충청권 집중호우로 잇단 피해…비상 근무 돌입

충청권에서는 집중호우에 따른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경미한 피해가 잇따랐다.

대전에서는 오후 5시까지 일 강수량이 156.1㎜를 기록해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보통 대전에는 8월 한 달 동안 300㎜ 정도 비가 오는데 그 절반에 해당하는 비가 17시간 정도만에 쏟아졌다.

대전에서는 이날 오후 2시 현재 집중호우로 2명이 대피하고, 침수피해 11건이 발생했다.

대전시에서는 자연재난과와 관련 부서 직원 29명이 이날 오전 3시부터 비상 1단계 근무에 들어가 호우 피해에 대비하고 있다.

세종에서는 오전 5시 29분께 장군면 평기리 지방도 인근 야산의 나무 한 그루가 쓰러진 것 외에 추가 피해가 접수되지 않았다.

충남의 경우 평균 79.6㎜의 강수량을 보인 가운데 곳곳에서 주택과 상가 부분 침수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오전 8시께 공주시 반포면 학봉리의 도로 배수관이 막혀 긴급 조치가 이뤄졌고, 공주시 계룡면 하대리에서는 석축 일부가 무너져 안전조치가 실시됐다.

도는 4차례에 걸친 상황판단 회의를 통해 이날 오전 0시 30분을 기해 비상 2단계를 가동했으며 도와 시·군 등에서 모두 528명이 비상 근무 중이다.

현재까지 비로 인한 인명 및 시설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며, 천안 신방하상도로와 남산지하도가 오전 한때 통제됐다가 정상 가동하고 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이날부터 사흘간 예정됐던 여름휴가를 반납하고 정상 출근해 집중호우 대비 상황을 보고받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충북 청주에서는 시내를 관통하는 무심천의 물이 불어나면서 이날 오전 3시 40분을 기해 하상도로 전 구간의 차량 통행을 막고 있다.

오전 8시 34분께 청주대학교 후문에서는 전신주가 쓰러지면서 2가구가 정전됐다가 4시간 30여분 만에 복구되는 등 이날 20여 건의 정전사고가 접수됐다.

이날 오후 2시까지 충북소방본부에 11건, 시·군에 14건 등 29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나무 쓰러짐 23건, 배수불량 6건이다.

산림청은 이날 오전 11시를 기해 충청권 4개 지역에 대해 산사태 위기 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 발령했다.

서울·인천·경기·강원 지역도 '경계' 단계가 발령 중이며, 나머지 시도는 '관심' 단계다.

◇ 수도권 등 피해 '눈덩이'…16명 사망·실종, 건물 2천682동 침수

8일부터 시작된 기록적인 호우로 서울·경기·강원에서 16명이 사망·실종되고 이재민 411세대 600명이 발생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현재 호우로 인한 인명 피해는 사망 9명(서울 5명·경기 3명·강원 1명), 실종 7명(서울 4명·경기 3명), 부상 17명(경기)으로 집계됐다.

거주지가 파손되거나 침수된 이재민은 411세대 600명으로 서울과 경기에 집중됐다.

이밖에 일시대피자는 718세대 1천232명이다.

공공시설 가운데 선로 침수는 서울과 경기에서 16건 발생했다. 제방유실 8건, 사면유실 30건, 상하수도 시설 10건, 수리시설 14건 등 피해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사유시설 가운데 주택·상가 침수는 2천682동으로, 그중 서울이 대부분인 2천419건을 차지했다. 경기 126건, 인천 133건이며 강원은 4건이다.

또 옹벽 붕괴 7건, 토사유출 32건이 발생했으며, 농작물 침수 면적은 232ha로 급증했다. 산사태는 27건 일어났다.

정전은 43건 발생했는데 이 가운데 37건이 복구됐다. 경기 양평, 광주, 여주에서는 아직 복구 중이다.

각종 시설의 응급복구는 2천830건 가운데 2천637건(93.2%)이 완료됐다.

둔치주차장 27곳, 하천변 38곳, 세월교(비가 오면 물에 잠기는 다리) 14곳 등도 통제됐다. 8개 국립공원의 226개 탐방로, 여객선 1개 항로(울릉도∼독도) 등도 통제 중이다.

소방당국은 하천 급류에서 145명을 구조했으며 742건의 장애물을 제거하고 2천91곳의 배수를 지원했다.

이틀간 폭우에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메리츠화재·KB손해보험 등 대형 5개 손해보험사에 접수된 침수 차량은 5천657대에 이르는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 이로 인한 이들 5개 대형사의 손해액만 774억원으로 추정됐다.

◇ 교통 통제·정체로 출·퇴근길 시민 어려움…하상도로 폐쇄도

서울 도시고속도로 가운데 양방향 교통 통제가 이뤄지는 구간은 총 2곳으로 이날 오후 4시 20분 현재 ▲ 반포대로 잠수교 ▲ 올림픽대로 가양대교∼동작대교다.

서울 강변북로 마포대교∼동작대교 구간의 양방향 차량 통행은 이날 오후 3시 40분부터 재개됐다.

이 구간은 서울 및 한강 상류 지역 집중호우로 팔당댐 방류량이 늘어남에 따라 이날 오전 0시부터 양방향 통제 상태였다.

서울 지하철 전 구간은 정상 운행 중이다.

호우경보가 발효된 대전시는 대동천 하상 주차장과 반석천·유성천 아래차로(언더패스)를 통제하고 있다. 충남의 경우 7개 여객선 항로 중 4개가 통제 중이며, 현재까지 인명 및 시설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 소양강댐 내일 오후 3시 방류…한강 수계 홍수 예경보 해제

한국수자원공사 소양강댐지사는 10일 오후 3시 수문을 열어 홍수조절용량 확보를 위한 방류를 시작할 계획이었으나 시작 시각을 11일 오후 3시로 미뤘다.

이에 따라 내일 오후 3시부터 19일 오후 4시까지 최대 초당 2천500t씩 방류할 예정이다.

방류 시 하류 하천 수위는 최대 1.6m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소양강댐은 애초 지난 9일 정오께 수문 방류를 계획했으나 예상보다 강우량이 적어 방류계획을 한차례 변경한 데 이어 한강 유역에 추가 피해를 우려해 하루 더 늦추기로 했다.

현재 소양강댐 수위는 해발 186.6m로 홍수기 제한 수위(190.3m)에 육박하고 있다.

소양강댐이 이번에 수문을 개방하면 2020년 8월 5일 이후 2년 만이며, 1973년 10월 완공 이후 17번째 방류다.

한강 수계 가운데 서울 대곡교에 내려졌던 홍수경보를 비롯해 오금교·중랑교·경기 평택 동연교·남양주시 진관교에 발표된 홍수 예경보는 이날 오전 7시 30분을 기해 모두 해제됐다.

(김준호 이정현 고현실 김승욱 심재훈 강태현)

kj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