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서 대피 못 한 노인들 구출…구호단체에는 온정의 손길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송정은 오보람 박규리 기자 = 중부지방 집중호우로 서울 곳곳에서 비 피해가 속출하자 시민과 경찰들이 어려움에 부닥친 사람들 구조에 직접 뛰어들어 더 큰 피해를 막았다.

10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서울 관악경찰서 신림지구대 소속 직원 2명은 8일 오후 10시께 물이 찬 신림동 소재 다세대주택 반지하에 갇힌 78세 남성 A씨를 극적으로 구조했다.

반지하에서 홀로 거주하던 A씨는 거동이 불편해 집 밖으로 대피하지 못했다.

'할아버지가 집 안에 계신 것 같다'는 외부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할 때는 이미 방안에 고인 물의 수압 때문에 현관문으로 진입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구조를 위해 창문을 개방해 집에 들어갔을 때는 벌써 할아버지가 몸을 피하고 있던 침대 다리가 모두 물에 잠긴 아찔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오후 9시 30분께 관악구 봉천동의 또 다른 다세대주택 반지하에서도 비슷한 구조 사례가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관악서 구암지구대는 "치매 증상이 있는 오빠가 집에 혼자 있다"는 여동생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침수된 방 안 소파에 누워있던 59세 남성을 구조했다.

또 영등포경찰서 중앙지구대 소속의 한 순경은 주택이 침수된 80대 노부부가 주민센터와 연락이 닿지 않아 갈 곳을 잃자 자비를 써서 주변 숙박시설로 대피시키기도 했다.

종로경찰서 신문로파출소는 붕괴한 단독주택 옹벽 잔해에서 일가족을 빠르게 대피시켜서 추가 피해를 막았다.

8일 오후 3시 25분께 종로구 신문로 2가에서는 호우로 약해진 지반이 침하하면서 단독주택의 옹벽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무너진 건물 잔해는 집 안에서 식사하고 있던 89세 노모를 비롯한 일가족 3명 위로 쏟아졌다.

당시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파출소 직원들은 추가 붕괴가 발생하기 전에 잔해 속에서 이들을 구조하고 소방당국에 인계했다.

이 밖에도 경찰청공무원노동조합 소속 30여명은 침수 피해를 본 상인들을 돕기 위해 동작구 사당동의 남성사계시장을 찾아 쌓여있는 흙더미와 폐기물 등을 치웠다.

집중호우가 9일 늦은 밤까지 이어지자 경찰뿐만 아니라 구호단체와 시민들도 발 벗고 나섰다.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는 관악구, 구로구, 동작구 등 침수 및 붕괴 피해로 여러 이재민이 발생한 자치구에 5t 차량 8대 분량의 구호 물품을 지원했다.

협회는 체육복과 속옷, 세면도구가 들어있는 응급구호 세트 1천200여개를 비롯해 생수 4천480병, 마스크 800점, 이재민 대피소 칸막이 69점 등을 자치구에 전달했다.

빗물이 종아리에 이를 만큼 차오른 도로에서 배수관 쓰레기를 주운 강남역 '슈퍼맨' 시민의 사례도 주위에 감동을 줬다.

9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 '강남역 실시간 슈퍼맨'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게시글에 따르면 한 남성은 당일 오후 폭우로 침수된 강남역 인근 도로 한복판에서 배수관을 막고 있던 쓰레기를 걷어냈다.

작성자가 "덕분에 종아리까지 차올랐던 물도 금방 내려갔다"며 남성의 선행을 알린 해당 게시글은 여러 커뮤니티 등에 공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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