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이병헌, 전도연...톱스타들이 즐비한 영화 ‘비상선언’에서 가장 주목받은 배우는 단연 임시완이다.

드라마 ‘미생’의 장그래, 영화 ‘변호인’의 국밥집 청년 진우 등을 통해 맑고 선한 이미지로 각인된 그는 ‘비상선언’에서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가기 위해 밀폐된 기내에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류진석 역으로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생화학 전문가인 진석은 말쑥한 외모 뒤 섬뜩한 미소와 눈빛을 숨긴 소시오패스다. 그의 사이코패스 성향은 공항 사무직 직원에게 욕설을 퍼붓는 장면에서 이미 감지됐다. 이후 기내 화장실에서 재혁(이병헌 분)의 딸 수민(김보민)을 마주치는 장면에서 소름 끼치는 표정연기로 관객을 압도했다.

연출을 맡은 한재림 감독은 진석 역에 대해 “재앙의 상징”이라고 표현했고 송강호는 “‘범죄도시’에 손석구가 있다면 ‘비상선언’에는 임시완이 있다”고 칭찬했다. 관객들은 “맑은 눈의 광인”, “눈빛이 돌았다”고 호평했다.

“개인적으로 ‘눈빛이 돌았다’는 관람평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물론 평소에 눈이 돌아있지 않다. 아마 조명 때문 아닐까? (웃음) 사실 약간 ‘돌아있는 사람’을 표현할 때 ‘정상이 아닌 것처럼 표현’하는 방식은 모순이 생긴다. 다만 진석 나름의 숭고한 실험이 순차적으로 매끄럽게 진행돼 갈 때 그가 느끼는 쾌감이 관객들로 하여금 서늘한 비정상적이고 서늘한 느낌을 받도록 하고 싶었다.”

진석은 연기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다. 그의 과거, 악행의 이유가 모조리 생략되다보니 관객은 물론 연기하는 배우조차 진석이 만행을 저지르는지 알지 못한다. 부산대 공대 출신인 임시완은 “이과 출신이라 연기를 할 때 늘 (인물의 행동에 대한) 당위성을 찾았다. 그런데 진석은 서사가 없었다. 당위성을 찾기보다 아예 없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며 “백지를 마음대로 채우듯 혼자 진석의 서사를 만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진석이 영어를 쓰는 캐릭터니 해외에서 공부한 인물이라 생각하며 살을 붙여나갔다. (진석 역을 연기하는)내가 체구가 작은 편이니 진석도 해외에서 따돌림을 당했거나 문화적으로 괴롭힘을 당했을 수 있다. 그렇게 과거의 피해를 만들어나갔고 가족을 오래 접하지 못한 것도 그릇된 영향을 미쳤으리라 판단했다.”

그는 악역 연기에 대해 “악역 자체가 배우에게 축복이라고 한다. 나 역시 진석이라는 인물을 폭넓게 포현할 수 있기에 연기적으로 해방감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2010년 아이돌그룹 ‘제국의아이들’로 데뷔한 임시완은 2012년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의 허염 역 아역으로 연기를 시작해 10년 차 배우가 됐다. 그는 아이돌 출신 중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두 번 밟은 유일한 배우기도 하다.

“칸영화제 문화는 신선한 충격이다. 나를 낯선 표정으로 보던 이들이 내가 찍은 영화 속 연기를 본 뒤 기립박수를 치며 ‘너 되게 잘한다’는 칭찬의 눈빛으로 바뀌는 걸 목도하는 건 잊을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이게 바로 내가 연기를 하는 목표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다시 한 번 칸영화제에 가고 싶다.”

이제 아이돌 그룹 시절이 생각나지 않을 만큼 배우의 아우라가 짙지만 10년 차 배우라는 수식어는 아직 부담스럽단다. 임시완은 “연기가 무엇인지 스스로 답을 내리지 못했다”며 “10년이라는 숫자에 연연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다만 예전과 달리 같이 작업한 동료 배우들의 연기가 눈에 들어오는 게 10년차 배우로서 달라진 점이라며 “작품 리뷰를 하는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고 말했다.

배우로서 임시완의 목표는 꾸준히 연기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한 욕심도 생겼다. 그는 “한국 콘텐츠가 세계 곳곳에서 각광받는 요즘,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봐도 부끄럽지 않은 연기를 하고 싶다”고 전했다.


mulgae@sportsseoul.com

사진제공|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