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경축사서 적극적 대북 메시지…도발 언급 없이 제안에 집중

대통령실 "내치·외치 구분 없어"…반전 모멘텀 모색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이동환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새 정부의 대북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의 밑그림을 전격 공개했다.

북한의 비핵화 진전에 따라 이에 상응하는 경제뿐 아니라 정치·군사 협력까지 도모하겠다는 것으로, 대통령실은 대북제재 부분 면제를 위한 협의 가능성까지 열어두며 적극적인 대북 메시지를 던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에서 "북한의 경제·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담대한 구상을 지금 이 자리에서 제안한다"며 식량·국제금융 등 경제에 초점을 맞춘 6개 지원책을 발표했다.

5월 10일 취임사에서 '담대한 계획'을 예고한 이후, 약 100일 만에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비핵화 로드맵의 일단을 공개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후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브리핑을 통해 '담대한 구상'이 경축사에서 언급된 경제 분야뿐 아니라 군사·정치 부문까지 아우르는 포괄적인 구상이라는 점을 밝혔다.

군사적 긴장완화 및 신뢰구축, 정치적 평화정착 조치도 포함한다는 설명이다.

북한이 계속 요구해온 대북제재 일부 면제도 모색할 수 있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필요에 따라서는 지금 이행되고 있는 유엔 제재 결의안에 대한 부분적인 면제도 국제사회와 협의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과거 대북협력 사업에서 1718위원회(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승인을 받아 제재를 면제받은 것처럼, 이날 제시한 '한반도 자원식량교환프로그램'(R-FEP·Resources-Food Exchange Program) 등에 대한 제재 면제를 추진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협의의 당사자는 기본적으로 남·북한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북한 도발에 대한 단호한 대응 의지를 담은 표현들도 이날 경축사에는 등장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이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지금 시점에서 북한에 대해 모든 것을 다 열고 유연하게 제안한다는 메시지 하나만 발신하고 싶었다"며 "북한이 자극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보여줄 필요도 없고 또 실제로 그렇지 않기 때문에 담담히 제안하는 내용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담대한 구상'은) 생각 가능한 가장 현실적이고 유연한 제안"이라고 자평했다.

이러한 적극적인 대북 메시지에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반도 외교를 통해 국정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차원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에 이어 오는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통해 국정 운영 기조를 다잡고 반전의 모멘텀을 마련, 지지율 저조 국면을 타개한다는 구상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내치와 외치가 이제 구분이 없는 시대 아니냐"고 설명했다.

이러한 단계적 비핵화 로드맵은 대선 과정에서부터 논의됐던 것으로, 취임사·광복절 경축사 등의 중요 계기에 순차적으로 공개하는 안도 미리 짜여 있었다는 것이 대통령실 설명이다.

이명박(MB) 정부의 대북 전략인 '비핵·개방·3000'을 주도한 김 1차장이 '담대한 구상'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름 또한 김 차장이 제안해 윤 대통령의 낙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담대한 구상'이 박근혜 정부 '한반도신뢰 프로세스', 문재인 정부 '한반도평화 프로세스'처럼 새 정부의 대북전략 브랜드로 뿌리내릴지 관심을 끈다.

3천620자 경축사에서 '담대한 구상'을 포함한 북한 관련 언급은 약 10%인 378자였다.

경축사에서 경제적 지원책만 언급된 데는 대북 메시지가 지나치게 커지면 현대사를 자유를 얻기 위한 지난한 투쟁으로 엮어낸 경축사의 전체 흐름을 흩트릴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air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