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논란'과 관련, 윤 대통령의 발언과 이에 대한 대통령실의 해명 등을 다룬 외신 보도도 23일 이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최한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를 마치고 회의장을 나서며 박진 외교장관 등에게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하는 듯한 장면이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돼 논란을 낳았다.

이에 대통령실 김은혜 홍보수석은 "바이든 대통령이나 미 의회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우리 야당에 대한 우려를 언급한 것이었다며 "지금 다시 한번 들어봐 달라.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이라고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얘기한 것이냐는 이어진 물음에 "그렇다"고 재확인했다.

이와 관련,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윤 대통령은 뉴욕에서 개최된 7회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서 막 바이든을 만났는데, 거기서 바이든은 전세적인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보건 캠페인에 60억 달러 공여를 약속한 상태였다"며 "이 기금은 의회의 승인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언급이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점을 부인했다"고 덧붙였다.

WP에 따르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성명에서 "'켜진 마이크'(hot mic) 발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면서 "우리의 한국과의 관계는 굳건하고 증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WP는 다만 김 수석의 설명이 "한국의 반대파들을 납득시키지는 못했다"며 "외교참사를 가리려는 어이없는 변명"이라는 야당의 공세를 소개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윤 대통령이 정확히 어떤 발언을 했는지에 대해 로이터 차원에서 자체 입증하지 못했다고 보도했고, AFP통신은 대통령실 설명이 추가적인 국내적 불신을 초래했다고 야당 등의 반발을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바이든이 지난달 서명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인해 윤 대통령이 국내에서 법 수정 압박에 처한 상태였다고 보도했다 .

논란이 된 'XX' 등에 대한 외신들의 번역도 각기 달랐다.

WP, 블룸버그 등은 '바보', '멍청이'라는 뜻을 가진 'idiot'로 표현했고, AFP통신은 '바보같은 놈'을 뜻하는 'fucker'로 번역했다. 로이터통신은 영한 사전에 'XX'라고 번역된 'bastard'라는 표현을 썼다.

'쪽팔려서 어떡하나'도 'It would be so humiliating'(매우 굴욕적일 것·워싱턴포스트), 'lose damn face'(빌어먹을 체면을 구길 것·AFP), 'What an embarrassment'(얼마나 난처하겠는가·로이터, 블룸버그) 등 외신 매체마다 다른 표현으로 번역됐다.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나눈 정제되지 않은 말이 여과 없이 공개돼 곤욕을 치렀던 해외 정상들의 '핫 마이크(hot mic) 설화' 사례도 이번 일을 계기로 새삼 소환되고 있다.

미 CNN방송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긴 정치 경력 만큼이나 말실수가 잦기로도 유명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1월 24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끝내면서 기자들이 퇴장할 때 보수 성향 매체인 폭스뉴스 기자가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중간선거에 부담이 될 수 있나요"라고 물어보자 혼잣말처럼 작은 목소리로 "아니. 더 많은 인플레이션이라. 멍청한 XX"라고 말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논란이 커지자 바이든 대통령은 해당 기자에게 전화해 '개인적인 감정이 있는 건 아니었다'는 사과를 해야 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그는 2010년 3월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건강보험 개혁 법안인 '오바마 케어' 법안에 서명할 때에도 오바마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며 "이것은 엄청난 합의'(This is a big fXXX deal)이라는 'f'로 시작하는 비속어가 섞인 말을 속삭이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힌 바 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2019년 12월 영국 런던 버킹엄궁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0주년 기념 정상회의 환영식 도중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을 험담하는 듯한 대화를 한 것이 영상에 잡히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1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는 니콜라 사르코지 당시 프랑스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해 '거짓말쟁이'라고 '뒷담화'하는 모습이 포착돼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지난 8일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도 무심코 내뱉은 말이 공개되면서 난처한 처지에 놓인 적이 있다. 그는 20016년 한 런던 고위 경찰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첫 영국 국빈 방문 때 중국 관리들이 '매우 무례했다'고 말하는 것이 화면에 잡혀 중국과의 외교경색을 부를 뻔했다고 CNN은 전했다.

말실수로 인한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냉전이 한창이던 1984년 8월 주례 라디오 연설에 앞서 마이크 테스트를 하던 중 '동료 미국 시민 여러분, 러시아를 영원히 추방하는 법안에 서명해 기쁩니다'라는 농담을 툭 던졌는데, 이것이 그대로 전파를 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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