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비상상황' 구체화한 與 당헌 효력정지 신청도 각하

(서울=연합뉴스) 송정은 기자 =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위원장과 비대위원 6인의 직무집행을 정지해달라고 이준석 전 대표가 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모두 기각했다.

개정 당헌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역시 "이 전 대표의 신청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각하되면서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 지도부를 상대로 한 '가처분 대결'에서 완패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황정수 수석부장판사)는 6일 "국민의힘 개정 당헌에 따른 9월8일 전국위원회 의결(비대위원장 임명)과 9월13일 상임전국위원회 의결(비대위원 임명)에 대해 실체적,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정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의 피보전권리 및 보전의 필요성이 소명됐다고 할 수 없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법원은 당헌이 명백히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 이상 정당 재량에 맡겨야 한다고 봤다.

이 전 대표가 주장했던 '소급 입법의 금지'와 관련, 당헌에 직접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설령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과거에 완성된 사실을 규율하는 '진정소급'이 금지될 뿐 현재에도 계속되는 사실관계를 규율하는 '부진정 소급'은 금지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개정 당헌의 내용도 '비상 상황'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없도록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요건을 정한 만큼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당헌 개정이 이 전 대표를 향한 처분적 성격이라는 점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국민의힘이 이 전 대표를 포함한 지도체제 전환을 위해 개정 당헌을 의결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당헌 개정의 동기에 불과하다"며 "당헌의 적용 대상이 이 전 대표로 한정되는 것은 아니라서 비합리적이거나 불공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앞서 8월 28일 법원은 이 전 대표가 낸 주호영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직무집행을 정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인용, 이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국민의힘은 지난달 5일 당헌 96조 1항을 개정해 선출직 최고위원 4명 이상이 사퇴하면 최고위원회를 비대위로 전환할 수 있도록 구체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후 순차로 정 위원장과 비대위원을 임명했다.

6일 법원의 결정에 대해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이제 비대위는 당의 혼란을 수습하고, 국민의힘이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견인하는 집권 여당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하는 데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정 비대위원장도 페이스북 글에서 "법원의 현명한 판단에 감사드린다"며 "집권 여당이 안정적인 지도체제를 확립하고, 윤석열 정부를 든든히 뒷받침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당연한 결정"이라면서 "(인용됐던) 앞의 가처분도 잘못됐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자신의 SNS에 "앞으로 더 외롭고 고독하게 제 길을 가겠다"며 "의기 있는 훌륭한 변호사들과 법리를 가지고 외롭게 그들과 다퉜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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