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에 러·친러 권위주의 정권에 맞서 싸운 활동가들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에서 벌어지는 전쟁범죄와 인권침해에 맞서 싸운 활동가들이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발표된 7일(현지시간)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0세가 된 생일이다.

'반(反)푸틴'이라는 키워드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우크라 전쟁 와중에 이뤄진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을

관통하는 하나의 큰 흐름이 되면서 푸틴 대통령으로선 칠순 잔칫날에 '한 방' 얻어맞은 셈이 됐다.

AP통신은 이번 노벨평화상 수상자 선정을 푸틴 대통령에게는 70세 생일에 강한 질책(rebuke)이라고 꼬집었다.

이번에 공동 수상한 벨라루스 운동가 알레스 비알리아츠키나 러시아 시민단체 메모리알, 우크라이나 시민단체 시민자유센터(CCL)는 모두 러시아와 푸틴 대통령에게 맞서 싸우는 활동을 해왔다.

비알리아츠키는 친러시아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정권에 맞서 민주주의 운동을 펼쳐왔으며, 메모리알은 러시아 정치범들의 운명과 인권침해를 추적해 왔다. 시민자유센터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민간인들에 대한 러시아의 전쟁범죄를 기록해 왔다.

물론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반(反) 푸틴' 메시지를 던지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베르트 레이스 안데르센 위원장은 이에 관한 질문에 "그(푸틴)의 정부나 벨라루스 정부가 인권운동가들을 탄압하는 권위주의 정부라는 점만 제외하면, 이 상은 푸틴 대통령에 대한 것이 아니며 그의 생일, 다른 어떤 측면에서도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항상 '무엇'과 '누구'를 위한 상을 주는 것이지, 특정인에 맞서서 상을 주지는 않는다"고 부인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많은 이들은 이번 시상을 이날 칠순 생일을 맞은 푸틴에 대한 규탄으로 보고 있지만 안데르센 위원장은 이번 노벨 평화상이 '반푸틴 상'이라는 점을 부인했다"고 전했고, 미 NBC 방송도 "안데르센 위원장은 올해의 수상자 선택이 푸틴에 대한 생일 메시지를 발신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관측을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안데르센 위원장은 다만 "푸틴 대통령이 주목받는 부분은 시민사회와 인권 옹호자들이 탄압받고 있는 방식"이라며 "이것이 이 상을 통해 다루고자 했던 부분"이라고 뼈있는 말을 했다.

노벨위원회가 푸틴 대통령 개인보다는 인권과 시민사회의 가치에 대한 위협을 강조했지만, 그가 23년간 러시아를 지배하며 러시아와 인근 지역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점을 고려하면 이번 평화상을 '반푸틴'으로 해석하는 시각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케네스 로스 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푸틴의 70번째 생일에 그가 폐쇄한 러시아 인권단체, 그의 전쟁범죄를 기록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인권단체, 그의 동맹 루카셴코가 투옥한 벨라루스 인권운동가에게 노벨평화상이 수여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런 가운데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러시아 정교회 수장 키릴 총대주교는 이날 푸틴 대통령의 생일을 맞아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기도를 올렸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그는 "러시아 국가 원수인 블라디미르를 위해 자비를 베풀고 보이는 적과 보이지 않는 적들로부터 지켜주시기를 신께 기도드린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을 지지하는 람잔 카디로프 체첸 자치공화국 정부 수장도 "오늘 우리의 지도자이자 우리 시대 가장 영향력 있고 걸출한 인물 중 하나인 세계 1등 애국자 푸틴 대통령이 70세가 됐다"고 생일을 축하했다.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