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봉쇄' 풀린지 2개월만에…"수백만달러 들여도 못되돌려" 탄식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남태평양에 위치한 작은 화산섬인 칠레령 이스터섬에서 산불이 나는 바람에 사람 얼굴의 '모아이' 거석상 여러 개가 훼손됐다고 AFP 통신과 BBC 방송 등 외신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칠레 당국에 따르면 지난 3일 발생한 화재가 100㏊(100만㎡)가량에 달하는 이스터섬 면접을 휩쓸었으며, 유네스코(UNESCO)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라파누이 국립공원 내 라노 라라쿠 화산 주변 지역이 큰 피해를 봤다.

이로 인해 이곳에 모여있는 현무암 재질의 모아이 석상 수백 개 중 일부가 화염과 연기로 검게 그을리는 등 훼손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 카롤리나 페레스 칠레 문화예술유산부 차관은 트위터에서 "지역사회가 세운 방화벽 덕에 채석장이 완전히 불에 타는 것은 막았다"면서도 "일부 모아이 석상을 포함해 60㏊가량이 영향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은 이스터섬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2년여간 봉쇄됐다가 다시 외부에 개방된 지 약 2개월 만에 발생했다.

현지 당국은 이번 산불이 방화로 시작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원인과 피해 규모를 조사 중이다.

페드로 에드문드 파오아 이스터섬 시장은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화재로 인한 피해를 돌이킬 수가 없다"며 "수백만 유로나 달러를 들인다고 해도 이 독창적이고 상징적인 석상에 생긴 균열은 복구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탄식했다.

라파누이 국립공원의 한 관계자도 "모아이가 완전히 검게 탔다"며 "석상을 들여다보면 불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스터섬에는 최고 1천 년 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모아이 석상이 1천여 개 있는데 가장 큰 것은 높이가 10m, 무게는 80t이 넘는다.

누가 왜 어떤 방식으로 모아이를 만들었는지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라파누이로 불리는 이스터섬 원주민은 모아이를 조상의 영혼을 지닌 신성한 존재로 여긴다.

hanj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