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사우디 아라비아가 92년 월드컵 역사상 최대 이변을 일으켰다.

FAIA 랭킹 51위 사우디 아라비아는 22일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랭킹 3위)를 2-1로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C조의 사우디 아라비아 정부는 아르헨티나를 꺾은 기념으로 23일 온 국민이 승리를 축하하라며 공휴일로 지정했다.

AFC(Asian Football Confederation)에 속한 사우디 아라비아는 오일 머니 파워로 1994년 처음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역대 WC 최고 성적은 첫 출전이었던 1994년 미국 대회에서 조 2승1패로 16강에 진출이다. 16강에서는 스웨덴에 1-3으로 패했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첫 경기 아르헨티나전 승리로 28년 만에 16강 진출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멕시코-폴랜드는 0-0 무승부를 기록해 승점 1을 기록해 사우디 아라비아가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 됐다.

사우디 아라비아가 아르헨티나를 꺾은 이변은 월드컵 사상 어디쯤에 해당될까. 여론 조사 닐슨사의 스포츠 데이터그룹 그레이스노트(Gracenote)는 경기 후 역대 최대 이변으로 꼽았다. 그레이스노트에 따르면 종전 최대 이변은 1950년 브라질 대회 때 그룹2의 미국이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를 1-0으로 누른 경기라고 밝혔다.

당시 미국이 잉글랜드를 이길 수 있는 확률은 9.5%, 이번 사우디 아라비아의 아르헨티나전은 8.7%에 불과했다고 덧붙였다. 사우디 아라비아가 국가 지정 공휴일로 할 만하다.

월드컵 사상 이변 베스트 5에는 1966년 잉글랜드 대회에서 북한이 그룹4 경기에서 이탈리아를 1-0으로 누른 경기도 포함된다. 이 때까지 두 차례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이탈리아는 북한의 축구영웅 박두익에게 결승골을 허용해 8강 진출이 좌절됐다. 당시는 출전국이 17개국이었다. 북한은 8강에서 모잠비크 태생의 에우제비오가 이끈 포르투갈에 5-3으로 져 4강 진출이 좌절됐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의 4강 진출 전까지 아시아 국가로는 역대 최고 성적이었다.

1990년 이탈리아 대회 때 아프리카의 카메룬이 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를 첫 경기에서 1-0으로 이긴 경기도 베스트5 이변에 속한다. 아르헨티나는 이 패배로 16강 진출에 탈락했고, 카메룬은 사상 처음 16강에 이어 8강까지 오르는 국가 경사를 맞았다. 카메룬은 이후 16강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도 이변이 벌어졌다. 1998년 우승국 프랑스가 아프리카의 세네갈에게 1-0으로 덜미를 잡혀 16강이 좌절됐다. 프랑스는 한일월드컵에서 세네갈에게 패한 뒤 우루과이와 0-0, 덴마크에 2-0으로 패해 1무2패로 역대 최악의 성적을 맛봤다.

역대 최대 이변의 희생양 팀들의 공통점은 녹다운 진출이 좌절됐다는 점이다. 특히 1990 아르헨티나, 2002년 프랑스는 조별 첫경기에서 패한 충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승점을 올리는데 실패해 16강이 좌절됐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의 첫 희생양이 된 아르헨티나가 잔여 멕시코, 폴랜드 2경기를 이기고 16강에 진출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이 독일을 2-0으로 꺾은 이변은 베스트 5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한국이 독일을 이길 수도 있다는 의미. 거꾸로 한국 축구가 그만큼 성장했다는 뚯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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