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타운 곳곳에서 새벽부터 울려퍼진 "대~한민국!"

[뉴스포커스]

코리아타운플라자 옥상 합동응원장 인산인해
새벽 3시30분부터 600여명 몰려 절반만 입장
'이기면 설렁탕 공짜' 해마루 식당도 만원사례
직장과 집에서도 '삼삼오오' 모여 목 터져라 응원

#LA한인타운 아파트에 사는 이모(55)씨는 24일 새벽 5시가 조금 안된 시각에 집앞에 도착한 친구와 함께 걸어서 코리아타운플라자로 향했다. 카타르 월드컵 한국-우루과이와의 경기를 보며 응원하기위해서 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 조금 늦었지만 그래도 300여명이 입장할 수 있는 공간이라 들어갈 순 있겠지하고 갔더니 이미 자리가 만원이라 더이상 입장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씨 일행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혹시나 여유가 나지 않을까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씨와 친구는 생각을 바꿨다. 설렁탕을 먹으면서 응원할 수 있다는 인근 설렁탕 전문점 '해마루'로 향했다. 날씨가 제법 추웠지만 그래도 따뜻한 설렁탕을 먹으며 TV를 볼 수 있겠거니하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러나 식당안은 이미 발디딜틈없이 꽉찬 상태였다. 한 직원은 "이미 새벽 4시30분부터 식당안이 거의 다 찼다"고 귀띔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된 이씨 일행은 아침 시간에 문을 연 식당을 찾기도 그렇고 추운 날씨에 계속 걸어다니기가 힘들어 결국 이씨의 아파트로 되돌아왔다. 그때 시간이 거의 7시. 축구 경기는 거의 끝날 시간. 두 사람은 라면을 끓여 먹으며 "네가 늦게 와서 그렇다", "내가 그냥 집에서 보자고 그러지 않았나"며 다투다가 헤어졌다. 고대하던 한국 대표팀의 월드컵 경기는 그렇게 소리도 한번 못질러 본채 지나가고 말았다. 이씨는 "그나마 한국 팀이 지지않아서 덜 분하다"고 위로했다. 

▶예상 인원의 3배이상 몰려 깜짝
한국-우루과이 경기가 열리던 24일 새벽 한인타운도 들썩였다. 곳곳에서 "대~한민국!" 함성이 울려퍼졌다. 
LA한인회(회장 제임스 안)가 코리아타운플라자에서 주최한 합동 응원전엔 시합 1시간30분전인 새벽 3시30분부터 한인들이 응원을 위해 몰려들었다. 
한인회측은 당초 200명 정도 예상했으나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 이미 4시30분쯤 350명 정도 입장, 옥상을 가득 메우자 입구를 닫았다. 
제임스 안 회장은 "새벽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한인들이 몰려와 월드컵 열기를 실감케 했다"고 말하고 "정확히 셀 수없었지만 600여명 정도 왔다가 절반쯤 들어오지 못한채 발걸음을 돌린 것 같다"고 말했다. 한인회측은 입장객들에게 라면 등 간단한 음식과 상품도 나눠주며 즐거운 시간을 도모했다.

▶해마루 "가나전은 예약제"
영업시간을 바꿔 '설렁탕 응원전'을 펼친 해마루 설렁탕(대표 황경원)도 새벽부터 인산인해를 이뤘다. '한국팀이 승리하면 설렁탕 한 그릇 공짜, 비기면 반값'이라는 특별 이벤트를 내건 이 식당엔 역시 새벽 4시30분 문을 열자마자 손님들이 줄을 이었다. 황경원 대표는 "문을 열자마자 150~200명의 인파가 몰려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자리가 없어서 합석을 원하거나 서서 식사하겠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안전을 위해 당초 약속대로 150여명의 손님만 받았다며 "선수들이 잘 싸워줘서 기분이 좋고, 반값 식사에 더더욱 즐거웠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해마루는 28일 가나전에서도 똑같은 이벤트를 실시하되 안전을 위해 예약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황 대표는 "이미 120명 예약이 끝났다"며 "한인들의 성원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아쉬움 보다는 기대감 더 커
이외에 회사 사무실이나 집에서도 삼삼오오 모여 응원전을 펼친 사람들도 많았다. 
보험회사를 운영하는 김모(44)씨는 "함께 모여 응원하자는 일부 직원들의 제안으로 10여명이 사무실에 모여 따뜻한 커피와 빵을 나누며 목이 터져라 응원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어바인에 사는 이모(40)씨는 "교인들 3가족이 구역장 장로님 집에서 모여 함께 응원했다"고 말하고 "코로나19이후 오랜만에 웃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한인들은 "승리를 맛보지 못한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지만 한치의 양보도 없이 남미의 강호와 맞붙어 투혼을 불사른 한국 대표임이 자랑스럽다"며 "부디 남은 가나전과 포르투갈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16강 진출을 재현하길 기대한다"고 입을 모았다. <취재팀>

"가나전 합동응원 없다"
 포르투갈전은 검토 중

LA한인회는 오는 28일 오전8시에 열리는 한국 대표팀과 가나의 경기는 합동 응원전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제임스 안 회장은 "처음부터 합동 응원전은 1차전인 우루과이와의 경기만 하기로 계획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 회장은 "현재 한인들의 요청이 많아 3차전인 포르투갈과의 경기에 대한 합동 응원전에 대해서 검토중"이라며 "곧 이사회를 열어 최종적인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