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미국에서 대규모 총기 사고가 빈번해지자 가까운 동맹국들도 미국을 여행하는 자국민들에게 특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고 CNN이 27일 보도했다.

CNN은 호주, 캐나다, 영국, 이스라엘, 프랑스, 독일, 멕시코, 뉴질랜드, 일본 등 9개국 정부의 자국민 대상 여행경보 단계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CNN은 이들 국가가 미국행 관광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면서 "모국에서라면 하지 않아도 됐을 예방 조치라도, 미국에서는 취할 줄 알아야 한다"는 취지로 여행객들에게 총기 폭력·범죄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뉴질랜드는 '테러 위협'을 이유로 미국을 대상으로 2단계의 여행 경보를 발령하고 있다. 뉴질랜드의 여행경보는 전체 4단계로 이뤄져 있으며, 숫자가 높을수록 더 주의가 필요한 여행지라는 뜻이다. 2단계는 여행 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는 취지라고 한다.

뉴질랜드는 여행 안전 경보를 안내하는 자국 외무부 홈페이지에서, 미국 당국의 총기사고 현장 대응 요령 팸플릿을 여행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 현지에서 총기사고에 연루되는 경우에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요령을 안내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여행안내 홈페이지에는 "총기 범죄가 미국의 주요한 안전 위협 요인"이라며 총기 범죄 발생 시 "방 안에 숨어 무거운 가구 등으로 출입구를 봉쇄하라", "소리를 내지 말고 휴대전화도 무음으로 설정하라"고 안내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또한 "도망치거나 숨을 수 없다면, 범죄자를 향해 물건을 던지거나, 이런 물건을 무기로 사용하라"며 "소리를 지르고 온 힘을 다해 대응하라"고 권고하고 있다고 CNN은 덧붙였다.

호주, 캐나다, 이스라엘 등은 미국에서 '통상의 예방조치'를 취하도록 당부하고 있으나 미국의 총기 사고 발생 위험이 자국보다 크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한다.

1996년 포트아서 총기 난사 사건으로 35명이 숨진 이후 총기 사용이 사실상 금지된 호주도 "미국은 폭력 범죄가 호주보다 더 자주 일어난다. 모든 지역에서 총기 범죄 발생 가능성이 있다. 총격 사건 대응법을 숙지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관광객이 연루되는 폭력 범죄, 총기 범죄는 드물다"면서도 "혼자서, 특히 밤에 여행객이 적은 장소를 지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CNN은 아무런 경계심 없이 미국 뉴올리언스를 여행하다가 느닷없이 샷건에 위협당했다는 영국 여성의 증언을 전하기도 했다.

CNN이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미국과 가까운 동맹국인 한국도 미국을 '여행 자제' 대상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는 전체 4단계 여행경보 가운데 2단계에 해당하는 경보 수준이다. 되도록 불필요한 여행을 자제하고 체류 기간에 신변안전에 특별히 유의하라는 취지다.

외교부는 미국 여행객에게 제공하는 정보 페이지에서 혐오범죄 피해 가능성, 빈번한 총기 사고 등을 거론하고 있다.

외교부는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을 이유로 미국 포함 모든 국가에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했다가 올 4월 2년 만에 이를 해제했다. 각국의 코로나19 동향 등을 고려한 조치라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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