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것도 쓰여있지 않은 종이 한 장 들고…

[중국]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없는 모든 것을 대변"

중국 당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항의하는 중국 시민들이 챙기는 준비물이 하나 있다. 바로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은 하얀색 종이다. 왜 하필 백지일까.

“시민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우리는 모두 그것(백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다. 말하지 않은 것을 두고 검열을 할 수는 없다.” 안전에 대한 우려 때문에 성만 밝힌 사진작가 멍씨가 워싱턴포스트(WP)에 전한 말이다. 

로이터통신은 28일 중국 당국의 코로나19 규제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SNS를 넘어 중국 내 일부 지역과 여러 대학으로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백지가 중국 시위에서 저항의 상징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27일 베이징 차오양구 량마허에서 열린 시위에 참여한 조니(26)씨는 로이터에 “백지는 우리가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없는 모든 것들을 대변한다”며 “나는 화재의 희생자들에게 조의를 표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우리는 다시 평범한 삶을 살고 싶고 존엄성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시위에 참여한 주민들은 중국 당국에 불만을 표시하기 위해 아무런 구호도 적지않은 백지 A4용지를 들고 나타나 일명 ‘백지 시위’로 불리는 조용한 집단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백지 시위는 지난 2020년 홍콩에서도 등장한 바 있다. 당시 홍콩 시민들은 ‘홍콩 독립’, ‘홍콩에 자유를’, ‘시대 혁명’ 등의 구호가 보안법 위반으로 처벌 대상이 되자 아무것도 쓰지 않은 백지를 들고 항의의 목소리를 냈던 셈이다. 

그런데 이 백지 시위를 막기 위해 중국 전역의 문구점과 마트와 온라인 상점 등에서 A4용지 판매가 금지됐다는 소문이 번지기 시작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중국 최대 문구업체인 ‘M&G’가 시위대가 사용하는 A4 판매를 전면 중단할 것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뉴스가 퍼졌다..

그러자 주민들은 “주민들의 백지 시위를 막고, 목소리를 차단하려 유치한 꼼수를 두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며 더 큰 동요을 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에 대해 중국 매체 광명망 등 다수의 기관지들은 이 소문이 사실이 아니라며 강하게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