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사산예방 노력, 의료서비스 개선에 초점…환경 위험 간과돼"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대기 오염으로 인한 전세계 태아 사산이 한 해 약 100만 건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가운데 약 50만 건의 사산은 대부분 화석 연료를 태울 때 나오는 2.5㎛(미크론·100만분의 1m) 이하의 초미세 오염 물질에 노출된 데에서 비롯된 것으로 여겨진다.

이번 연구는 1998년과 2016년 사이 파키스탄과 인도, 나이지리아 등 아시아와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 3대륙 중저소득국(LMIC) 137개국을 대상으로, 4만 5천여 건에 이르는 사산과 정상 분만 통계, 대기 오염 통계를 기초로 이뤄졌다.

전 세계 사산의 98%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에서 발생한다.

가디언은 오염된 공기가 사산 위험을 가중하는 것으로 알려지긴 했지만, 사산 건수에 관한 통계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다만, 얼마나 작은 입자가 사산을 유발하는지에 대해서는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중국 베이징대학의 타오 쉐 박사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설정한 대기질 목표치에 도달하면 상당수의 사산을 막을 수 있다"며 "현재 사산 예방 노력은 의료 서비스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환경적 위험 요소가 간과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또 "중국 등지에서 추진하는 대기 정화 정책으로 사산을 예방할 수 있고, 임신부 스스로 마스크 착용이나 공기 정화기 설치, 바깥 출입 자제 등을 통해 대기 오염 물질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보고서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최신호에 게재됐다.

한편, 대기 중 오염 물질이 유산과 조산, 저체중, 뇌 기능 저하 진단 증가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달에도 대기 중 독성 물질이 사산아의 폐와 뇌에서 발견됐다는 또 다른 연구 결과가 공개된 바 있다.

2018년에는 태반에서 처음으로 대기 오염 물질이 검출되기도 했다.

k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