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렛 요셉교회, 한국 취재진에 개방…지하 10여평 규모에 좁고 허름한 공간

(나사렛=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예수 그리스도의 유소년시절은 그가 세상에 가르침을 전한 공생애(公生涯) 시기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았다. 복음서 일부에 성장 과정이 묘사되거나 일화가 전해지는 정도다.

다만, 그가 서른 살 무렵 공생애 사역에 나서기 전까지 놓였던 생활 환경을 통해 어떻게 성장하고, 세상으로 나아갔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성경에서 예수는 목수였던 양부 요셉과 어머니 마리아에 의해 나사렛에서 키워졌다. 나사렛은 이스라엘 북부 도시다. 현재는 약 7만 명이 사는 북부 최대 도시로 꼽히나, 예수 당시에는 주변 마을보다 규모가 작고 가난한 동네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독교계에서는 예수가 요셉, 마리아와 함께 유소년 시기를 보낸 장소로 나사렛의 '요셉의 동굴'을 꼽아왔다. 이 집터 위로는 1914년 성 요셉 교회가 세워졌고, 집터는 자연스레 지하 동굴 형태로 남게 됐다.

요셉 교회 측은 29일(현지시간) 현장을 찾은 한국 취재진에게 '요셉의 동굴'로 통하는 출입문을 이례적으로 개방했다. 이 교회는 약 30년 전인 1990년대 초중반부터 여러 이유로 관광객은 물론 현지인의 동굴 출입을 막아왔다고 한다.

요셉 교회의 조지 루이트 신부가 이날 굳게 닫혀있던 출입문을 열자 지하로 통하는 계단과 좁은 통로가 10여m 이어졌다. 60∼70㎝에 불과한 통로 끝으로는 약 33㎡(10평)가 조금 넘어 보이는 집터 공간이 나타났다.

동굴 높이는 2∼2.5m로 들쭉날쭉했다. 천장 한쪽으로 깊숙이 올라간 약 5m 높이에는 당시 지상으로 연결됐을 것으로 보이는 구멍이 있었다. 집터 입구에 간이조명이 설치돼 있을 뿐 예수 당시 내부 장식이나 소품은 복원해두지 않았다.

취재진을 동행한 성지순례 전문가 이강근 박사는 "아마도 지상으로 연결되는 구멍을 통해 빗물을 받아들인 뒤 동굴 바닥의 물 저장고에 보관했다가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여러분들은 지난 30여 년간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던 '예수의 집터'에 와 있는 것"이라며 "요셉의 동굴은 (교황청에서) 예수가 살았던 곳으로 공인한 바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동굴의 보존 상태는 양호해 보였지만 2천 년 전 예수와 요셉, 마리아 등 세 가족이 살기에는 무척 좁고, 허름했다. 당시 동굴이 손쉽게 마련할 수 있는 거주 형태로 이해하더라도 예수가 넉넉지 않은 환경에서 성장했음은 분명해 보였다.

요셉의 동굴을 함께 찾은 새에덴교회 소강석 목사는 "예수님이 이렇게 낮은 곳에서 살았다는 게 마음이 아프다"며 "요즘 교회는 너무 부자고, 저 또한 부자로 살고 있지 않은가 싶다. 낮아지고, 비우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해 본다"고 돌아봤다.

성 요셉 성당에서 약 50m 아래쪽으로는 성경에서 마리아가 천사 가브리엘로부터 아기를 잉태하게 될 것이라는 예고를 들은 장소가 있다. 이곳에는 이를 기념하는 '수태고지(受胎告知)' 교회가 성대하게 자리하고 있다.

평일에도 현지인은 물론 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수태고지 교회에는 세계 각국에서 보내온 마리아 성화들이 외부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성화 대부분이 마리아가 어린 예수를 안고 있는 모습을 담았다.

이들 성화 사이로는 한복 입은 마리아와 예수도 볼 수 있다. '평화의 모후여 하례하나이다'라는 문구 위로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마리아가 색동저고리를 입은 예수를 안고 있는 모습이다.

edd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