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힐러리 이어 최근 트럼프·바이든·펜스 잇따라 구설

"검토 문건 많고 기밀해제 제 때 안 돼"…보안훈련 부족도 원인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미국의 전·현직 고위 공직자들이 기밀문서 유출 에 줄줄이 연루돼 홍역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영국 공영방송 BBC가 25일(현지시간) 그 이유를 조명했다.

미국에서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이어 조 바이든 대통령,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까지 기밀문서를 유출한 것으로 밝혀지며 파문이 커지고 있다.

앞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2009∼2013년 재직 당시 개인 서버에 업무용 이메일을 보관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됐다.

BBC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검토할 문건이 많고, 기밀해제 조치가 제 때 이뤄지지 않으며, 정치인 출신 고위공직자의 경우 보안 훈련 기회가 없는 점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1992년부터 미국 조지워싱턴대 국가안보문서보관소(NSA)의 소장을 맡고 있는 톰 블랜턴은 "기밀문서를 둬서는 안 되는 곳에 두는 경우는 매우 흔한 일이다. 늘 일어난다"고 말했다.

블랜턴 소장은 기밀로 지정될 수 있는 정보의 범위가 넓다며 예를 들어 출장 브리핑 자료의 경우 대부분 뉴스 기사에 나오는 공개 정보를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밀로 분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문서들은 애당초 기밀로 분류될 필요가 없거나 일정 기간이 지나면 기밀해제가 이뤄지는 것이 정상이라는 것이 블랜턴 소장의 지적이다.

하지만 기밀해제가 자동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이런 까닭에 불가피하게 적체가 발생하며, 이는 고위 공직자들이 기밀 정보의 "홍수에 빠지는" 이유 중 하나로 작용한다.

'SCI'(Sensitive Compartmented Information)라는 표식이 찍힌 다른 유형의 기밀문서도 있다. 한국어로 '민감한 특수정보'로 의역되기도 하는 SCI 표식이 찍힌 문서들에는 정보 출처가 노출될 수 있는 사항이 담겨 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사저에서 발견된 문건 중 일부에 SCI 표식이 찍혀 있다.

국가안보 관련 법률 전문가인 브래드 모스에 따르면 트럼프의 사례는 실수가 발견된 후 어떻게 처리가 이뤄졌는지에 있어서 다른 정치인들의 사례와 큰 차이가 난다.

모스는 "실수가 인지된 경우 당국에 이를 통보하고 담당 업무를 맡는 정부기관에 문서가 반환되도록 조치해야 한다"며 "트럼프는 18개월간 조치를 미루고 뭉개면서 조사를 방해했는데,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문서 유출이나 보관이 의도적인 경우나, 이에 대한 조사를 방해한 경우는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모스의 견해이다.

2011년 미 중앙정보국(CIA) 수장에 오른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전 국장의

경우 불륜관계 상대이자 자신의 전기를 집필한 폴라 브래드웰에게 기밀 문서를 의도적으로 유출한 혐의로 형사재판을 받았으며, 연방법무부와 협상 끝에 집행유예 2년과 10만 달러 벌금형에 처해졌다. 다만 중범죄 유죄판결은 피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재직 당시 개인 서버에 업무용 이메일을 보관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곤욕을 치렀으나 형사처벌은 면했다.

FBI 수사 결과 그의 보좌관들이 '극도로 부주의' 했지만 그가 기밀 정보를 고의로 공유한 적은 없다는 판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모스는 정치인 출신 고위공직자의 경우 문서 보안에 대해 제대로 훈련을 받을 기회가 없다는 점도 문제를 일으키는 요인의 하나로 지목했다.

이들은 직위가 높아서 높은 보안등급을 부여받게 되고 따라서 민감한 정보에 대한 접근권도 폭넓게 갖게 된다.

직업공무원의 경우는 보안 유지에 실수를 저지르면 보안접근권이 취소될 수도 있고 때로는 면직될 수 있다.

하지만 정치인 출신 고위공직자가 올바른 보안 관행을 제대로 따르지 않는 경우 부하인 직업공무원이 이를 지적하고 시정토록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모스는 지적했다.

limhwaso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