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외에도 소매·금융업 해고 확산…CEO들 "시장 기류 변하고 있어"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코로나19 이후 사람은 부족하고 일자리는 남아도는 뜨거운 상태를 지속해온 미국 노동시장이 최근 식는 조짐을 보이면서 그동안 구인난으로 저자세를 보였던 사측이 다시 주도권을 회복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사관리 컨설팅회사인 '챌린저, 그레이 앤드 크리스마스'(CG&C)는 지난달 미국 기업들이 발표한 감원 규모가 10만2천943명으로 2020년 9월 이후 2년 5개월 만에 최대치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월 대비 136%, 전년 동기 대비 440% 각각 증가했다.

업종 별로는 정보기술(IT) 분야가 41% 비중을 차지했으며, 소매업·금융업의 감원도 증가 추세로 나타났다.

CG&C는 "지금은 코로나19 확산 기간 '고용 광풍'의 이면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기업들이 경기 둔화에 대비하면서 직원 수를 줄이고 채용 속도를 늦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날 미국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구인 건수(계절 조정)는 1천100만 건으로 실업자 수(570만 명)의 약 2배에 이르렀고 실업률은 3.5%에 그치는 등 여전히 통계적으로는 전체 노동시장이 뜨거운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IT기업들을 중심으로 감원 소식이 이어지고 있으며, 지난달 IT(4만1천829개), 소매업(1만3천 개), 금융업(1만603개)의 감원이 많았다고 CG&C는 소개했다.

지난달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전 직원의 약 6%인 1만2천 명을 감원하기로 한 바 있으며, 장난감업체 해즈브로(1천 명)와 월가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3천200명) 등도 해고를 발표했다.

이처럼 해고가 늘고 노동자들이 일자리 안정을 우려하기 시작하면서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권위가 회복되고 다시 주도권을 쥐는 분위기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CEO들은 구인난에 허덕였던 최근 몇 년과 달리 직원을 잡아두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는 입장이고, 임금 상승세는 둔화하는 반면 일각에서는 채용도 쉬워지는 추세라는 것이다.

또 사측이 이를 기회로 사업 운영 간소화·감원·재택근무제 폐지 등에 나서고 있으며, 빈 일자리를 충원하지 않고 남겨두는 경우도 있다.

CEO들은 기류가 변하면서 최근 몇 년과 달리 직원들과의 협상을 더 주도할 수 있게 됐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팀 라이언 미국 회장은 자신은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일부 CEO들은 '내가 다시 힘을 가졌다'고 생각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부 노동자들은 CEO들의 감원 발표에 반발하고 있으며, 구글이 지난달 경제 사정을 이유로 해고에 나서자 노동조합은 최근까지의 실적을 볼 때 이는 해고 명분이 될 수 없다고 반발한 바 있다.

이밖에 페이첵스가 노동자 825명과 고용주 35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확산 후 직장인들의 자발적 퇴사 유행을 뜻하는 '대퇴사 시기' 퇴사자 가운데 80%가량은 결정을 후회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bs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