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소득 2억4천만원 이상 가구, 매년 66만원씩 더 낼 수도

"전기 아껴도 요금 내야" 불만…"소득 파악 어려워"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소득 수준에 따라 전기요금을 차등 부과하기로 하면서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고 1일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캘리포니아주 비영리 단체와 민간 전기사업자 등은 작년 통과된 전기요금 관련 주법에 따라 새로운 전기 요금 부과 기준을 캘리포니아 공공사업위원회에 제안하고 있다.

최종안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어떤 안을 채택할지에 따라 연 소득 18만달러(약 2억4천만원) 이상 가구는 연간 평균 500달러(약 66만원)의 전기요금을 추가로 낼 수도 있다.

반면 저소득 가구의 경우 연간 평균 300달러(약 39만5천원)를 절약할 수 있을 전망이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기온이 상승하고 노후화된 전선으로 인한 산불 위험이 증가하면서 주요 발전 시설 개선이 필수 과제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전기요금이 치솟기 시작해 소매 전기 요금이 미국 전체 평균의 2배에 달하는 1㎾h(킬로와트시)당 20센트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높은 전기요금은 캘리포니아주가 전기 이용을 늘려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있어 걸림돌로 작용했고, 주정부가 내놓은 특단의 대책이 바로 이번 전기요금 법안이었다.

새 법안은 모두가 지불해야 하는 고정요금과 사용량에 따라 지불하는 변동 요금으로 나뉘는데, 문제는 산불 대응과 전력망 개선 등 비용이 포함되는 고정요금이다.

캘리포니아주 최대 민간 전기사업자 3곳이 제안한 부과 안을 보면 연 소득 2만8천달러(약 3천700만원) 이하는 최저 월 15달러(약 2만원), 연 소득 18만달러 이상은 최대 월 128달러(약 17만원)의 고정요금을 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연동 전기요금을 지지하는 측은 전기요금이 생활비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저소득 가구들을 지원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대부분 주민은 이에 반발하고 있으며, 주요 원인으로는 에너지 효율이 오히려 떨어질 것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캘리포니아 주민 로널드 도슨은 "이러한 제안은 (전력) 보존을 방해한다"며 "에어컨 없이 생활하면서 전기를 아끼거나 태양광 에너지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매달 요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위원회에 의견을 냈다.

WP는 에너지 효율 개선에 신경 써왔던 고소득 주민들은 높은 전기요금으로 인해, 주택을 소유하지 않는 저소득 주민들은 효율 개선 기회가 없어 결과적으로 '전기화'(electrification)에 역행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기화는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주택이나 차량 등의 에너지원을 전력으로 전환하는 것을 뜻한다.

이밖에 공공요금 전문가 짐 라자르는 소득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전체 자산 규모가 왜곡되기 쉽다는 점에서 이러한 법을 현실화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고소득 주민들이 아예 전력망을 이탈해버릴 수 있다거나 산불 대응 비용 등은 전기요금이 아닌 세금에 포함하는 게 맞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WP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공공사업위원회는 2024년 7월까지 소득 연동 전기요금을 결정할 예정이다.

acui7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