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 좌파 마두로 대통령 3선 성공 발표
경제는 망가지고 부정선거 대혼란 예고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61)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28일 국제사회의 높은 관심 속에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하며 3선 고지에 올랐다.
그러나 친 여당 성향의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가 실시간 개표 상황을 공개하지 않고 개표 과정 참관을 원하는 시민 그룹을 차단하면서 야권과 국제사회 등에서 부정선거 의혹 제기가 이뤄지고 있어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엘비스 아모로소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장은 공식 투표 종료 후 약 6시간 지난 29일 0시 10분께 "80% 가량 개표한 결과 마두로 대통령이 51.2%의 득표율로 1위를 기록했다"며 "2위 후보와의 득표율 차이를 볼 때 마두로 대통령 당선은 불가역적 추이"라며 당선 사실을 공식화했다.
중도보수 성향 민주야권의 에드문도 곤살레스(74) 후보는 44.2%의 득표율을 보였다고 아모로소 위원장은 덧붙였다.
이에 따라 2013년 처음 대권을 잡은 마두로 대통령은 내년부터 2031년까지 6년 더 베네수엘라를 이끌게 됐다. 임기를 마치면 무려 18년 간 장기 집권하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이번 결과의 투명성 등을 놓고 국제사회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중도보수 민주야권 측은 부정선거라며 반발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일간 엘나시오날은 "투표 후 곳곳에서 민주야권 측 시민 그룹이 투표함 봉인과 개표 등 검증을 살피기 위해 개표장소에 입장할 것을 요구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며 "물리적인 충돌과 (선관위 측) 폭언도 보고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투표 결과는 서방 언론의 출구조사 결과와도 상반되는 것이다. 앞서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이번 대선 출구조사에서 곤살레스 후보가 65%의 예상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에 비해 마두로 대통령의 예상 득표율은 31%에 그쳤다. 
2010년대 초까지만 해도 베네수엘라는 남미의 부국으로 꼽혔다.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자랑하는 산유국, 이를 바탕으로 펼치는 대규모 복지 정책을 자랑했다. 
이런 나라가 몰락하는 데는 10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2012년 약 1만2700달러였던 베네수엘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8년 뒤인 2020년 88%가 하락한 1600달러까지 떨어지며 세계 최빈국으로 추락했다. 화폐 가치가 폭락하며 연간 물가 상승률이 최고 6만5000%(2018년 기준)까지 치솟는 비현실적 경제난에 시달렸다. 생활고를 버티다 못한 국민은 나라를 등지고 난민이나 불법 이민자가 돼 미국 국경을 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베네수엘라 인구 약 30%인 770만여 명이 고국을 탈출했다.
베네수엘라 경제 붕괴의 원인으로는 1999년 집권한 좌파 대통령 우고 차베스, 그 뒤를 2013년 이은 후계자 마두로의 '좌파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이 지목된다. 특히 국부 창출의 대부분을 담당하던 국영 석유 기업 PDVSA가 번 돈을 재정으로 멋대로 갖다 쓰면서, 무차별적으로 남발하는 복지 정책의 재원으로 삼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평가가 많다. 차베스와 마두로는 정권 유지를 위해 무상 교육, 무상 의료를 전격 도입하는 한편 저소득층에게 식료품을 무료 배급하고, 학생들에겐 무료로 컴퓨터를 나눠 주기도 했다.
이처럼 경제가 무너졌는데도 마두로는 비판적 정치인과 시민사회 인사들을 가혹하게 탄압하는 방식으로 정권을 유지했고 그 결과 미국·유럽연합(EU)의 경제 제재 대상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