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오르지만 지역 불만

이코노미스트 "관광객 배척보단 현명한 관리 필요"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올해 전 세계 해외여행객 수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경제적 이득과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의 부작용 사이에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9일(현지시간) 해외 관광객 증가세와 주요 관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유엔 세계관광기구(UNWTO)에 따르면 올해 해외 관광객 수는 15억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팬데믹 직전인 2019년보다 약간 많은 수준이다. 지난해에는 12억8천600만명으로 2019년의 88% 수준이었다.

지난해 프랑스, 스페인, 미국, 이탈리아, 튀르키예, 멕시코, 영국, 독일, 그리스, 호주 순으로 관광객이 많이 찾았다.

올해 들어서는 신흥국에서 관광객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올해 1분기 알바니아와 사우디아라비아로 여행을 떠난 사람은 팬데믹 전인 2019년 동기의 약 2배에 달했다.

이 기간 관광객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10개국 가운데 6곳이 신흥국이었다. 관광객이 '가성비'가 좋은 여행지를 선호한 것으로 해석된다.

관광객은 돈을 들고 와서 현지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하며 소비세를 내면서도 공공 서비스는 많이 이용하지 않기에 각국 중앙은행이나 재무부로선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해설했다.

관광업은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의 3%, 국제 무역의 6%를 차지하며 고용 창출 효과는 미국 인구(3억3천만명)에 맞먹는다.

관광대국인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 이상이었는데 이는 유럽연합(EU) 평균 0.4%보다 높다.

알바니아의 경우 관광의 정의를 넓게 따졌을 때 국가 경제의 약 20%를 관광업에 의존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여름철 붐비는 장소에 경찰력 추가 투입 등 관광객에 들어가는 비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텅텅 빈 채로 운행하기에 십상인 시간대의 열차를 관광객이 타는 것과 같은 경제효과도 발생한다.

관광지 물가가 높아지는 대신 현지 주민의 임금도 상승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유권자로부터 관광객 수를 제한하라는 압박도 받는다.

관광객 유입으로 국가의 세수가 증가하면 그 혜택은 국가에 분산되는 반면, 과잉관광으로 발생하는 비용은 관광지가 집중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탓이다.

예를 들어 스페인 바르셀로나 주민은 혼잡하고 더러워진 거리, 물가 상승, 대마초나 질 낮은 기념품을 파는 상점 증가 등에 불만을 토로하며 관광객 유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일부 경제학자는 경제적으로도 관광 부문의 급성장이 결과적으론 다른 고부가가치 산업의 성장을 방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스위스 루가노대 연구팀에 따르면 2010∼2019년 이탈리아 관광업 붐은 교육 수요를 줄여 대학 등록·졸업률 하락으로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0세 젊은이는 피자가게에서 일하며 잘 살 수 있지만 40세가 되면 학위를 땄어야 한다고 후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관광업은 생산성 향상 속도가 느린 다수의 저임금 노동자에게 의존하므로 개발도상국으로선 관광업에만 묶여있는 건 장기적으로 경제에 나쁜 일일 수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이런 부작용이 심화하자 유럽 여러 도시는 현지 주민의 불만을 고려해 관광세 인상, 도시 입장료 부과, 크루즈 관광객 수 제한, 단기 임대 단속 등 조처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조처의 영향이 지역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고 관광 붐에 따른 경제적 영향도 복합적인 만큼 관광객을 무작정 배척하기보다는 경제적 효과를 줄이지 않는 수준에서 현명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제안했다.

또 각국 정부가 사회기반시설을 확충하는 등 유입되는 관광객 수용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