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전설적인 할리우드 스타 매릴린 먼로의 영화 속 상징적 모습을 본뜬 초대형 인물상이 미국에서 수년간 이어진 찬반 논란 끝에 자리를 옮길 처지가 됐다.

6일(현지시간) 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높이 8m에 달하는 초대형 인물상이 미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 일대에서 '뜨거운 감자'가 된 것은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조각의 이름은 '포에버 매릴린'(Forever Marilyn)으로, 먼로가 1955년 대표작 '7년만의 외출'에서 지하철 환기구 바람에 날리는 흰색 원피스 치맛자락을 두 손으로 잡던 장면을 영화 속 모습 그대로 형상화한 것이다.

조형예술가 J. 슈어드 존슨이 2011년 제작해 시카고에서 첫선을 보인 이 인물상은 여성을 상품화했다는 논란 속에서도 미국 곳곳을 돌며 전시되다가 2021년 팜스프링스의 '다운타운 공원'에 설치되면서 반대 여론이 정점을 찍었다.

당시 관광 업체인 PS리조트가 100만 달러(13억7천만원)에 인물상을 사들여 팜스프링스 미술관 앞에 설치했는데, 이를 두고 미술 평론가, 여성 인권 활동가를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수년에 걸친 압박 끝에 시 당국을 상대로 인물상 이전 방안에 원칙적 합의를 끌어냈다.

팜스프링스 시장인 제프리 번스타인은 인물상을 이전하겠다는 입장을 지난달 말 발표했으며, 이에 따라 다운타운 공원 내 다른 곳으로 이전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반대 여론을 주도한 패션디자이너 트리나 터크는 이 인물상이 성차별적인 동시에, 역사적 가치가 큰 팜스프링스 미술관 앞에 점에서도 부적절하다고 주장하며 서명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1938년 개관한 팜스프링스미술관은 2016년 미 국립 사적지에 등재됐는데, 공교롭게도 먼로 인물상의 엉덩이 부분이 미술관 정문 앞에서 정면으로 보이게 되는 위치라는 것이다.

하지만 인물상은 그사이에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명물로 자리 잡았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일 전했다.

한 달에 수만 명이 인물상을 찾아와 '인증샷'을 찍기도 하며, 인근 매장에서 기념품 판매를 끌어내는 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먼로 인물상을 둘러싼 논란이 '상위 문화'와 '하위 문화'의 충돌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고 NYT는 전했다.

팜스프링스에 사는 배우 존 배로먼은 "누군가에게 어떤 건 좋아해도 되고, 어떤 건 안 된다고된다고 말하는 것은 엘리트주의"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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