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지자체에 주민 피난태세 준비요청…기업도 시설·연락망 점검

방재 전문가 "패닉에 사재기 말고 근거 없는 SNS 정보 믿지 말아야"

(도쿄=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일본 규슈 미야자키현 앞바다에서 8일 규모 7.1 지진이 발생한 뒤 2011년 동일본 대지진(규모 9.0)에 견줄 규모 8∼9의 대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평소보다 커졌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일본 열도가 불안 속에 대비를 서두르고 있다.

9일 공영방송 NHK와 아사히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기상청이 전날 미야자키현 지진 이후 전문가 회의를 거쳐 '난카이 해곡 지진 임시 정보(거대 지진 주의)'를 처음으로 발표하자 일본 정부와 기업 등은 즉각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전날 큰 규모의 지진에도 12명이 다치고 가옥 2채가 무너지는 등 상대적으로 피해가 작았지만, 곧 닥쳐올지도 모를 더 큰 지진에 대한 대비에 들어간 것이다.

일본이 가장 두려워하고 경계하는 난카이 해곡 대지진은 수도권 서쪽인 시즈오카현 앞바다에서 시코쿠 남부, 규슈 동부 해역까지 이어진 난카이 해곡에서 100∼150년 간격으로 발생한다는 지진이다.

일본 정부는 난카이 해곡 대지진이 30년 이내에 발생할 확률을 70∼80%로 보고 있다. 규모 8∼9에 달하는 지진이 일어나면 23만여 명에 달하는 사망자와 실종자가 나오고 건물 209만 채가 피해 볼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기상청은 "새로운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평상시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커졌다"면서도 "특정 기간 중 대규모 지진이 반드시 발생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발령된 임시 정보는 피난을 권고하는 '거대 지진 경계'보다는 한 단계 낮은 '거대 지진 주의'다.

피난 장소와 경로를 확인하고 가구를 고정하며 물과 비상식량 등을 미리 준비해 지진 발생에 대비하라는 주의다.

대상 지역은 도쿄 동북부 이바라키현에서 일본 열도 서남쪽 오키나와까지 29개 도도부현(都府縣·광역 지방자치단체) 707개 시초손(市町村·기초자치단체)이다.

주의는 별다른 상황이 발생하지 않으면 1주일 뒤 해제된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정부는 난카이 해곡 지진에 대한 경계 태세를 신속하게 구축하고 있다"면서 국민에게 "정부에서 발표하는 정보를 잘 확인해 지진 대비를 재확인하고 지진이 발생하면 즉시 대피할 수 있는 준비를 해 달라"고 당부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부터 중앙아시아를 순방할 예정이었으나 전날 지진 발생과 뒤이은 난카이 해곡 지진 임시 정보 발표 이후 출발 직전까지 상황을 살펴본 뒤 순방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총무성은 전날 저녁 해당 지자체에 주민의 피난 태세를 준비하라고 요구하는 통지를 했다.

해당 지자체는 피난소 정비에 나섰으며 고치현 등은 이미 피난소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첫 임시 정보 발표 이후 현장에서는 혼란도 이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난카이 지진으로 큰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의 지자체와 주민은 경계를 강화했지만 '어디까지 대책을 세워야 하느냐'며 당황스러워했다"고 전했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사무국인 원자력규제청에 원자력시설에 대한 정보수집을 강화하도록 요구했다.

또 전국 원자력발전소를 관리하는 사업자에도 다시 한번 거대 지진과 쓰나미 대비 상황을 확인하라고 촉구했다.

기업들도 기상청의 임시 정보 발표 후 대응에 나섰다.

전력 회사들은 대책본부를 발족하고 시설을 점검하거나 비상 연락 체제 등을 재차 확인했다.

혼슈 중서부 열차 운행을 담당하는 JR도카이는 앞으로 1주일가량 고속열차인 신칸센 운행 속도를 일부 구간에서 줄여 운전하기로 했다.

방재 전문가인 후쿠와 노부오 나고야대 명예교수는 시민들에게 "패닉(공포)에 빠져 식료품이나 방재용품을 절대 매점하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소셜미디어에서 근거 없는 지진 예측정보 등이 나돌 가능성을 지적하며 "정보는 반드시 기상청과 지자체가 내는 공식 정보 등을 참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sungjin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