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62명이 숨진 브라질 여객기 추락 사고를 두고 비행기에 생긴 얼음이 유력한 원인으로 거론되지만 여전히 의문점이 남아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상파울루에 본사를 둔 보이패스(Voepass) 소속 ATR-72 기종 쌍발 터보프롭 중형 여객기는 지난 9일 오후 파라나주(州) 카스카베우에서 출발해 상파울루로 향하던 중 상파울루주 비녜두의 고속도로 근처에서 추락했다.
비행기에 타고 있던 승객과 승무원 등 62명은 모두 사망했다.
브라질 조사관들은 사고 다음날 항공기 블랙박스를 회수해 분석에 들어갔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1만7천피트(약 5천181m) 상공에서 비행하던 기체가 머리 쪽을 비스듬하게 아래로 향한 채 느린 속도로 빙글빙글 돌면서 추락하는 영상을 보고 기체 속도가 느려지는 '실속'(失速, stall) 현상이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동체를 공중에 띄우는 날개의 양력이 사라진 상태에서 비행기가 지면을 향해 낙하했다는 것이다.
25년간 조종사로 근무한 뒤 지금은 항공기 추락사고 조사를 돕는 존 콕스는 "실속 현상이 없이는 기체가 그렇게 회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떤 원인에 의해 운항 중이던 비행기의 속도가 급격하게 느려진걸까.
남캘리포니아대 항공 안전 프로그램 담당자인 토머스 앤서니는 "우리가 알고 있는 중요한 사안은 그 원인이 한가지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이 꼽은 실속 유발 가능 요인 중 가장 유력한 것은 심한 결빙이다.
즉, 비행기 날개 또는 다른 부분에 두꺼운 얼음이 얼면서 비행기의 동역학적 능력을 저하하고 비행기의 무게는 더 나가도록 하는 효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브라질 항공기 엔지니어이자 법의학 전문가인 셀소 파리아 드 수자는 "비행기가 추락한 방식, 통제력을 잃은 채 회전한 것 등은 날개의 기능과 통제력을 상실한 기체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며 "이런 상황은 얼음 때문에 생긴다"고 말했다.
실제로 브라질 관리들은 추락 사고 장소 인근에서 결빙 가능성을 경고했었고, 사고 발생 직전 비행하던 조종사는 유사한 경험을 했다고 현지 뉴스 채널 글로보에 말했다.
항공기에는 통상 날개에 끼는 얼음을 부수기 위한 장치가 있는데, 2010년 제작된 기체의 경우 고무 튜브가 팽창이 완하면서 날개 표면에 붙은 얼음을 제거한다는 것이다.
아메리칸 이글 항공 소속 ATR 기종도 지난 1994년 추락 당시 결빙이 사고원인으로 밝혀진 적이 있다. 이후 항공기 제조업체는 얼음을 깨는 시스템을 개선해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결빙이 단독 원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결빙이 유일한 추락의 원인이라면 비행기가 회전하지 않고 더 빠른 속도로 추락했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또 어떤 상황에서라도 조종사는 결빙에 따른 기능 정지를 방지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고도가 낮아질 경우 통상 조종사는 관제사에게 위험을 알리는데, 사고기 조종사가 추락 직전 교신을 하지 않았던 상황도 의문으로 남는다고 브라질 당국자는 전했다.
이 당국자는 "어떠한 형태의 항공기 비상 선언도 없었다"고 말했다.
브라질 항공안전협회의 호셀리토 파울로 회장은 "그들이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무전기가 작동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만약 교신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매우 빨리 벌어진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보이패스의 운항 담당 이사인 마르셀 무라는 "비행기는 결빙에 매우 민감하다. 그것이 (사고의) 시작점이었다. 그러나 진단을 내리기에는 너무 이르다"며 "모든 가능성을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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