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자민당 총재 선거 불출마 발표
"한일관계 개선이 최대 치적" 강조[일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다음 달 말 치러질 집권 자민당의 차기 총재 선거에 불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기시다 총리는 자민당 총재 임기 만료일인 9월 30일을 끝으로 총리직에서 물러난다.
기시다 총리는 14일 오전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민당 변화를 보여주는 가장 알기 쉬운 첫걸음은 제가 물러나는 것"이라며 "다가오는 총재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말부터 불거진 자민당 파벌 비자금 조성 스캔들과 자민당의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과의 유착 문제 등을 거론하며 "소속 의원이 일으킨 중대한 사태에 대해 조직의 수장으로서 책임을 지는 것에 조금도 망설임이 없다"고 말했다.
내각책임제인 일본은 다수당 대표가 총리를 맡는다. 다수당인 자민당은 다음 달 국회의원 및 지역 당원 등이 참가하는 당내 선거를 통해 차기 총리를 맡게 될 당 총재를 뽑는다. 기시다 총리는 국회의원으로서 활동을 계속하고 총재 선거에서도 표를 행사한다.
기시다 총리는 2021년 10월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의 후임으로 취임했다. 비자금 스캔들 등 잇따른 악재가 이어지며 올해 들어 내각 지지율이 퇴진 위기 수준인 10∼20%대에 줄곧 머물렀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를 개선했다"고 강조했다. 향후 과제로 "내년은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으로 한일 관계 정상화를 더욱 확실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물러나는 자리에서도 한일 관계 중요성을 언급하며 자신의 치적으로 꼽았다.
외교가에서는 새 총리가 누가 되든 현재의 한일 관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 관계자는 "기시다 총리가 물러나도 자민당 정권은 이어진다. 관계 개선 추세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역사 인식에 대한 일본의 전향적 태도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자민당은 2000년대 들어 줄곧 역사 문제에서 우경화 행보를 보여왔다. 특히 2015년 아베 전 총리가 '미래 세대에 과거사를 사과할 숙명을 지게 하지 않겠다'는 아베 담화를 발표한 후 이런 움직임은 정책으로 고착화됐다.